동대문시장 상인이 '동대문'을 가르치러 대학 강단에 선다. 동대문시장 포털 사이트 동타닷컴을 운영하는 신용남 사장(42)은 이번 학기부터 백제예술대 패션디자인·코디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캠퍼스는 전북 완주에 있지만 강의는 주로 서울 삼성동 서울아트센터에서 하고 동대문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된다. 신 사장은 동대문을 '패션 실험실'이라 정의하고 "학생들에게 패션 관련업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이 기회의 땅임을 알려주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또 "동대문시장을 패션산업 교과서 겸 창업 실습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학교가 신 사장을 겸임교수로 발령한 것은 그의 남다른 경험 때문이다. 신 사장은 1990년 이화여대 앞에서 남성복 좌판을 벌이며 옷장사를 시작했다. 한때 동대문을 비롯해 최대 15개 가게를 꾸렸고 가게 하나 매출이 하루 1천3백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월드컵 때는 한 달에 타투(스티커 문신)를 1백만장 넘게 판 적도 있다. 신 사장은 '돈 안되는 일에 매달리는 상인'이기도 했다. 그가 99년부터 운영해온 동타닷컴(www.dongta.com)은 '동대문 사랑방'으로 통한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무료로 창업 컨설팅을 해주고 1만건 이상 구인 구직을 도왔다. 그가 동타닷컴에 올린 '동대문 이야기'는 90년대 후반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길게는 수십장에 달하는 그의 글이 동대문을 '패션산업 클러스터'로 주목받게 했다. 신 사장은 본업인 장사는 대부분 접고 4년 넘게 이 일에 매달렸다. 그 결과 자타가 인정하는 동대문 전문가가 됐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책도 썼고 시정개발연구원 자문도 했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를 이제 학생들을 위해 쓰게 된 것이다. 신 사장에게 동대문은 신앙이나 다름없다. 3만개가 넘는 가게에서 10만여명이 일하며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동대문은 아직도 경이롭기만 하다. 그는 "일각에서 동대문을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요즘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동대문에 새 바람을 일으킬 학생들을 대할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그는 "강의 특성상 일대일 수업이 적당할 것 같다"며 "방학 때 학생들이 패션 분야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