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e Oscar goes to…Anora!(오스카상의 영광은 아노라에게 갑니다!)”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극장가를 달군 걸작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과 달리 올해 오스카는 ‘아노라’의 독무대였다. 제작비 600만달러의 독립영화가 할리우드 대작 틈바구니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5관왕에 올랐다. 감독상을 거머쥔 숀 베이커 감독은 “인디(독립)영화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며 성공을 자축했다.아노라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았다. 남우조연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상을 싹쓸이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오스카 코드’ 통했다당초 영화계에선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가 최다 수상작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봤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오스카 전초전인 올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두 작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관에 그쳤다.그러나 최근 브루탈리스트가 촬영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 인종·종교 차별적 발언을 한 이력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며 오스카 레이스에 반전이 생겼다.브루탈리스트의 경우 헝가리어에 익숙지 않은 배우의 발음 교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AI 기술을 활용했다지만, 할리우드는 AI를 두고 배우와 작가들이 파업까지 벌일 만큼 부정
“장그래데스(장그래입니다).” 지난달 11일 일본 도쿄 메구로 퍼시먼홀 대극장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 국내에서 대흥행을 거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를 일본어로 부른 말이었다.K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미생’이 일본 관객을 만났다. 웹툰은 한국 작가가 그렸지만 뮤지컬은 일본에서 먼저 제작됐다. 올 1월 오사카에서 시작된 공연은 나고야를 거쳐 2월 6~11일 도쿄에서 객석 1200여 석을 가득 채우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뮤지컬 미생을 제작한 곳은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호리프로. 이곳은 일본판 드라마 ‘호프(HOPE)-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으로 흥행성이 검증된 미생을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한국인 창작진을 모았다. 극작가 박해림, 작곡가 최종윤, 연출가 오루피나 등 실력 있는 한국 창작진을 기용해 이날 원작의 감동을 무대 위로 옮겼다. 일본 제작사가 한국 창작진과 함께 K콘텐츠 기반의 뮤지컬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뮤지컬 미생은 원작의 큰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대로 프로 바둑 기사의 꿈이 좌절된 장그래가 대기업 계약직으로 ‘낙하산’ 입사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연출가 오루피나는 “등장인물과 장소 이름은 한국어로 쓰되 직장 내 호칭은 일본 관객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현지화했다”며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직장 문화가 있기 때문에 한국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도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최근 일본에서는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인기 있는 한국 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뮤지컬이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사진)가 63세 나이로 생애 첫 아카데미 트로피를 노렸지만 수상에 실패했다.2일(현지시간)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노라’의 주연배우 마이키 매디슨(25)이 무어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무어는 ‘서브스턴스’에서 젊음을 되돌려준다는 어둠의 약물에 손을 대면서 파멸에 이르는 여배우 엘리자베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그는 ‘사랑과 영혼’(1990), ‘어 퓨 굿맨’(1992), ‘G.I. 제인’(1997) 등 여러 히트작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연기보다 이혼, 열애 등 개인사로 주목받는 일이 많았다. 미국 영화계에선 그를 가벼운 상업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팝콘 배우’라고 칭할 정도였다.서브스턴스는 그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오스카상 역시 무어가 받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그의 수상이 불발되자 현지에선 ‘이변’이란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 무어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이후 오스카상 역시 이 60대 베테랑 여배우에게 갈 것으로 예상됐다”며 “상을 받은 매디슨도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매디슨의 수상은 다소 충격적”이라며 “서브스턴스로 커리어의 부활을 이룬 무어가 첫 번째 오스카상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고 했다.김수현/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