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국내 은행 몇 곳이 합병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국민은행에 위협적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설이 처음 돌았을 때 한 말이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조차 이처럼 경계심을 갖게 하는 씨티은행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금융계에선 글로벌 네트워크, 체계화된 교육시스템 등을 우선 꼽고 있다. ◆ 전세계 경험을 공유한다 =세계 1백2개국에 진출해 있는 씨티은행에는 'Success Transfer(성공사례 전수)'란 독특한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특정 국가에서 개발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성공하면 이를 전 세계 지점에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 씨티은행 지점이 검증된 금융상품과 지식을 무기로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게 정회승 상무(BMW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의 설명이다. 씨티은행이 지난 2002년 10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주가지수연동상품도 앞서 홍콩 미국 등에서 시장성을 확인한 상품이었다. 방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또 다른 강점은 다양한 해외투자 상품이다. 현재 씨티은행이 판매 중인 해외펀드는 1백여종. 그만큼 고객의 선택폭이 넓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인 국민은행이 팔고 있는 해외펀드는 17개다. 씨티은행은 다른 곳에 앞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에서 처음 무담보 개인대출(1928년)과 뮤츄얼펀드를 개발했으며, 국내에선 '24시간 3백65일 콜센터'를 처음 도입했다. 씨티와 경쟁하고 있는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씨티의 최대강점은 신상품을 다른 곳보다 빨리 도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 인재개발에 돈 아끼지 않는다 =씨티은행의 인사원칙은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ㆍ성과주의)'란 단어로 요약된다. 직원들의 연봉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는 '업무성과'다. 입사 동기라도 최고 30%까지 연봉 차이가 난다. 씨티 출신의 이성남 국민은행 감사는 "씨티은행 직원들의 유일한 관심사항은 업무성과"라며 "업무 외 인간관계나 조직문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순환보직이 없는 금융회사'로도 유명하다. 여기에는 '모든 직원을 전문가로 만들겠다'는 씨티의 인사철학이 깔려 있다. 직원교육에 관한 씨티은행의 투자도 남다르다. 모든 직원이 1년에 5일 이상씩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직원이 리더십 업무지식 등 주제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씨티은행에선 신입사원도 대표에게 마음대로 e메일을 보낸다. 시중은행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 씨티로 자리를 옮긴 씨티은행 관계자는 "국내은행에 있을 때는 자료작성 등 사소한 일을 주로 부하직원에게 시켰었다"면서 "씨티로 옮기고 나니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등 일이 두 배로 늘었지만 그만큼 보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철규ㆍ조재길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