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숫자부터 줄이고, 경제팀에 힘을 실어줘라."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은 출범 2년째를 맞는 노무현 정부가 우선해야 할 과제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경제가 정치에 매몰돼 인기영합 정책을 펴는 우(愚)를 범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들의 제언을 종합해 노무현 정부가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다섯 가지를 각각 제시한다. # 꼭 해야 할 일 1. 정부조직을 줄여라 =정부를 규제행정 조직에서 행정서비스 조직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켜야 한다. 선진국들보다 많은 장관급 기구를 가진 행정시스템으로 행정효율을 높일 수는 없다. 2. 경제팀에 힘을 실어줘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경우 정책 혼선과 국정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1기 경제팀 운용에서 입증됐다. 경제부총리가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했는데 금세 대통령이 뒤집고 청와대 스태프들이 부인하는 식으로는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없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도 경제팀을 일단 믿고 임명했으면 끝까지 힘을 실어줘야 한다. 3. 기업이 성장의 주역이다. 의욕을 살려줘라 =사회 전반에 기업할 의욕이 왕성해야 고용이 늘어나고 성장도 가능해진다. 유럽의 예에서 입증됐듯 분배와 형평을 앞세운 복지과잉ㆍ노조편향 정책은 사회의 성장동력을 심각하게 갉아먹을 뿐이다. 4. 대통령부터 리더십을 되찾아라 =지난해 국정 혼란 책임의 상당부분은 '충격 요법'식 선언들을 쏟아낸 대통령에게 있다. 잇단 정쟁(政爭)으로 인해 엄청난 국력 소모를 초래한 재신임 선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잦은 말실수로 인한 대통령의 리더십 상실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권위주의는 없애야 하지만 대통령의 권위는 지켜야 한다. 5. 로드맵이 아닌 '실천 행정'에 나서라 =정책의 우선순위와 실행의 완급대상을 가려 노사개혁 투자활성화 등 당장 처방이 필요한 분야는 즉각 가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 # 하지 말아야 할 일 1. 정치에 종속된 경제 운영 =경제는 정치로부터 독립될 때 비로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지난 97년말의 외환위기는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린데 근본원인이 있다.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 김대중 정부의 무리한 경기부양책 역시 경제에 정치논리가 개입됐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정부가 분명히 새겨담아야 할 대목이다. 2. 헌법 위의 '떼법' 용인 =지난해의 경험에서 보듯 정부가 원칙 없이 목소리가 큰 이해단체들의 주장에 끌려다니면 올해도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게 된다. '떼법'이 용인되면 사회적 준법질서는 밑둥에서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3. 국내외 역차별 규제 =국내 기업에 대해서만 손발을 묶어놓은 채 외국 자본과 경쟁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국내 기업들의 손발만 묶고 있는 명분론적ㆍ비현실적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4. 국면 돌파용 장관 교체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친 뒤 장ㆍ차관을 임명했으면 일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교육ㆍ노동ㆍ복지정책 등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1백년 뒤를 내다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부처의 장관들이 1년도 안돼 교체되는 행태가 현 정부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건 문제다. 5. 토론 공화국의 재연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ㆍ경제 여건은 결론없는 난상 토론으로 지새워도 될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국민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정부, 그리고 실천하는 정부를 바라고 있다. ----------------------------------------------------------------- 도움말 주신 분 (무순)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충북대 명예교수), 김병주 서강대 교수(경제학과), 박영철 고려대 교수(경제학과),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문휘창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이찬근 인천대 교수(대안연대회의 정책기획단장), 홍성태 상지대 교수(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수언ㆍ안재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