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박물관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물 850호)를 비롯해 조선후기의 전세보,천상열차분야지도 등 3백여점에 달하는 고지도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고지도와 지도 그리기의 개념을 작가들이 현대회화에 접목시킨 작품들을 선보이는 '지도와 지도 그리기'전이 23일부터 성신여대박물관에서 열린다.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불 조덕현 오인환 임충섭을 비롯해 김홍주 김두섭,건축가인 민선주 정철오 한광야가 공동으로 작업한 프로젝트 등을 출품한다. 특히 23일(오후 4시)에는 박물관측이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에 선보이지 않았던 대동여지도 원본을 처음 공개하고 그 이후에는 디지털 필사본이 전시된다. 김정호가 직접 한반도를 걸어다니며 1861년에 제작한 대동여지도는 22권의 절첩식 지도책으로 그 정확성이 현대지도에 비견된다. 고지도로는 드물게 세시필사본으로 제작된 전세보,영조대에 북극을 중심으로 1천4백64개의 별과 별자리 이름을 새겨 넣어 제작한 천상열차분야지도,인체의 경혈을 그림으로 표시한 동인도 등 사료가치가 높은 유물도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조덕현은 하멜표류 3백50주년을 기념해 하멜의 고향 네덜란드 호르컴시립박물관에서 전시했던 '하멜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오인환의 사진작품인 '숫자 따라가기'는 작가가 4년 동안 뉴욕 파리 시드니 등 외국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서 마주쳤던 숫자들을 수집한 후 1에서부터 1천까지 차례로 재배열한 것이다. 박관욱의 '유전자의 꽃'은 인간 종족의 번식에 대한 매핑(mapping)으로 유전자의 무한한 역피라미드형 확장을 12m 길이의 재작에 표현한다. 건축가 3인의 공동 프로젝트인 '복합잡지도(複合雜地圖)'는 현대인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기록도 복잡해지고 지도도 그 복잡성을 뒤쫓아가기 때문에 결국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 임충섭의 '바람-버선-바람'은 전통 산수화를 설치작품으로 매핑한 것이고 김두섭은 거리에 부유하는 광고전단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여 시간과 공간의 '지도 그리기'작업을 선보인다. 3월 20일까지.(02)920-7325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