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의 차원에서 그쳤던 키보금리를 도입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번주에는 관련 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 전 포르투갈 중앙은행 부총재인 아벨 마테우스가 처음 제안했던 Kibor 금리는 'Korea inter bank offered rates'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한국(좁게는 서울) 시중은행 간의 금리를 의미한다. 앞으로 이 금리가 도입될 경우 우리나라가 최소한 아시아 지역내 국제금융센터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도입 가능성 여부를 떠나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 지역 내에 속한 국가 간의 금융협력을 위해 아시아 통화기금(AMF) 창설,통화스와프 체결,공동화폐 도입 등을 논의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균형자(balancer)의 위상을 강조해온 만큼 키보금리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 런던 시중은행 간 금리인 리보금리를 사용해 왔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기업들은 위험요인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리보금리에 붙여 조달금리로 잡는 것이 관행화됐었다. 2002년 이후에는 미국의 위상이 유지되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대신 국제금융시장에서 런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짐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도 많이 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금리로는 리보금리뿐만 아니라 유로랜드 내 시중은행 간 금리인 유리보를 사용한다.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에는 3개월 재무부증권 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붙여 조달금리를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의 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셈이다. 앞으로 키보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 점이 전제가 돼야 한다. 하나는 국내외환시장이 아시아 외환시장을 상징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성을 띠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인식 차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특히 키보금리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존재하는 각종 외환금리 간의 체계에 있어서 기준금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키보금리가 아시아 외환 및 금융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전제조건을 토대로 국내외환시장의 여건을 점검해 보면 키보금리를 당장 도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시장의 거래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인식 면에서도 아시아 외환시장 가운데 기존의 도쿄 외환시장이나 싱가포르 외환시장,홍콩 외환시장에 비해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키보금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국내외환시장의 거래규모부터 늘릴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국내외환시장의 인프라 측면에서도 중층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 중에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능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원화의 국제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특히 원화의 국제화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동화폐 도입과정과 조만간 출범할 준(準)IMF 체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키보금리의 도입방안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우리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센터의 중심지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토해야 할 문제다. 이번에 열릴 세미나에서 키보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제반 과제들이 검토돼 앞으로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