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각급 정부의 핵심 공무원 대부분이 젊고,적극적이고,또 개방적이라는 점에 놀란다. 외자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중국 공무원은 비즈니스맨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 이 같은 성향이 나타났을까. 수직·수평적 인사교류 시스템에 답이 있다. 중국 저장(浙江)성 어촌인 산먼(三門)현 옌츠(沿赤)향에서 수직적 인사체계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인구 2만여명의 옌츠향을 이끌고 있는 양쥔(楊俊) 향장(鄕長)의 나이는 올해 35세다. 그는 1년여 전 '기층(基層)정부의 장(長)경험을 쌓아라'는 상급 현정부의 결정에 따라 옌츠 향장으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현(縣)-전(鎭)-시(市)-성(省)등의 상급기관으로 옮겨가며 핵심 관리로 성장하게 된다.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면 중앙 정계로 진출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의 상당수 관리들이 양 향장처럼 지방 기층 행정단위에서 시작,중앙 정계로 올라온 경력을 갖고 있다. 수직 경로를 거쳐 행정의 전문성이 높다. 수평적 인사체계의 특징은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보게 된다. 우시의 최고 지도자인 왕룽(王榮) 당서기는 난징 농업대학 교수 출신이다. 마오샤오핑(毛小平) 시장은 장쑤성 경공업자산관리공사 사장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교수나 기업인 등이 행정분야로 옮겨 일할 수 있는 개방형 임용제가 정착된 것이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만든 정책은 그 폭과 깊이가 더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인사시스템에는 공산당이 큰 역할을 한다. 전국에 세포조직을 갖고 있는 당은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그들을 기층조직에서부터 양성한다. 또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재들을 행정부문으로 끌어들인다. 물론 실적이 없으면 과감하게 갈아치운다. 중국은 수직적으로는 행정 기층단위에서 상위단위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수평적으로는 문턱을 허문 인사정책으로 행정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고시를 패스해야 고위직에 오르고,출입 문턱을 높게 쌓아 놓은 우리 공무원 조직과는 많이 다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