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군 떠나는 '동두천'] "하루 1弗 벌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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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2시께 동두천시 미군 2사단 앞.
상가들이 밀집한 보산동 관광특구는 미군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골목 상가마다 인적이 끊긴 채 조용했다.
예전 같으면 손님들로 북적거려야 할 상가가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이다.
미군기지 재배치 발표가 나온 이후 동두천 주민들은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행정수도가 충청도로 이전키로 함에 따라 수도와는 점점 멀어지고 땅 대부분은 수도권정비법상의 규제와 군사보호시설구역 등에 묶여 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한때 돈이 몰린다 해서 '돈두천'이라 불렸던 동두천 시민들은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43년간 동두천을 지켜온 정인근 전 상가번영회장(55ㆍ옷가게)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안보공백과 경기침체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5년간 장사를 해온 주모씨(50)도 "과거에는 하루에 몇 십달러씩이라도 챙겼지만 지금은 한푼 벌이도 안된다"며 "은행 빚은 쌓이고 생계도 막막해 대학 4학년인 자식을 휴학시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 지부장을 맡고 있는 조영철씨(58)는 "기지가 이전하게 되면 군속자들은 대부분 실직하게 된다"며 "한ㆍ미 양국은 군속자들의 고용안정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두천은 미군 보유지와 공유지, 군사보호시설에 묶인 지역이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7만5천여명의 주민 중 20%가 미군과 관련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군 군속자가 3천5백여명이고 유흥업소 양복점 등 미군들을 상대로 하는 점포가 4백여개에 이른다.
미군과 관련해 주민들이 벌어들이는 연수입은 1억달러(1천2백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미래공인 윤상진 대표는 "팔아달라는 상가물건이나 아파트 등의 매물은 있으나 거래는 전혀 없다"며 "현재는 재작년과 작년에 벌어 놓은 돈을 까먹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동두천에서 그나마 괜찮다는 5년 된 현대아파트의 경우(25평형 7천만원, 32평형 1억원) 매물은 있으나 거래는 안된다"며 "작년 6월 이후 50여건의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단 1건도 없었다"며 침체된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1백5개 단체로 구성된 '동두천시 미군현안대책위'는 지난해 7,8월 두차례에 걸쳐 범시민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미군이전에 따른 보상대책 마련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홍석우 대책위 사무국장(시의회 의원)은 "폐광지역에 관한 특별법 등과 같이 미군주둔으로 감수해온 동두천지역의 주민불편과 불이익에 대해 정부차원의 보상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두천시 문화공보과 홍재진 과장은 "투자자들은 투자계획을 보류하고 상인들도 가게 수리를 중단하는 등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국제자유도시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도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