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가 언제쯤 겨울잠에서 깨어날까.


요즘 주식 투자자들의 최대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


수출주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는 올들어 이미 20% 이상 올랐지만 내수관련주는 오히려 하락,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


작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수출경기 활황세가 시차를 두고 내수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 결과 신세계 농심 현대백화점 등 내수 우량주가 작년 말 급등세를 보였지만 새해들어 그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하고 말았다.


이는 무엇보다 경기회복이 당초 시장참가자들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작년 4분기부터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점쳤으나 작년 말께 이를 올해 1분기로 늦췄다.


최근에는 오는 2분기부터 의미있는 신호가 나타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며 긴 호흡'을 할 때라고 강조한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증시 격언처럼 IT 및 수출관련주의 화려한 시세에 밀려 소외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내수우량주 매수 기회라고 조언하고 있다.



● 꿈틀대는 내수관련주


이코노미스트들은 속도는 느리지만 내수경기 지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1월의 소비자기대지수와 평가지수는 각각 98.0과 72.6을 기록,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박진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절대수치가 100을 밑돌고 있어 회복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4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점에서 내수경기의 회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수경기의 발목을 잡았던 가계 재무구조도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소비자전망 조사에서 저축이 증가했다는 가구 수는 3개월 연속 증가한 반면 부채가 늘어났다는 가구 수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면서 "소비심리가 가계부채의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만큼 내수경기 회복의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고 밝혔다.


내수주의 선도주자인 은행주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하나은행과 신한지주가 15%가량 올랐다.


외환은행(10%) 조흥은행(6%) 한미은행 기업은행(5%) 등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김세중 세종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이 IT 위주의 랠리였다면 2월에는 금융주가 시장의 중심에 서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IT주가 해외경기 회복과 연관돼 움직이는 반면 금융주는 온전히 내수 경기를 대변하는 지표"라며 "금융주 상승에는 단순한 가격 메리트 외에 내수경기의 회복을 바탕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주도 꿈틀거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5개월간 지속된 박스권 상단인 7만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현대해상도 지난 1월의 하락폭을 거의 만회했다.


지난 1월 급락세를 보였던 신세계 현대백화점 농심 등 소비관련주도 반등을 모색 중이다.



● 내수주로 확산되는 외국인 매수세


내수주를 둘러싼 수급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IT 및 수출주 중심의 외국인 매수세가 최근 들어 금융 유통 등 내수관련주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사자'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 말까지 업종별 외국인 순매수 비중을 보면 전기전자업종이 34∼37%로 가장 많았다.


금융과 유통업종은 20∼23%와 1∼4%에 머물렀다.


그러나 2월 들어 외국인 매매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의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비중은 19%로 낮아진 반면 금융업종은 32%로 껑충 뛰었다.


유통업종 비중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실제로 국민은행 신한지주 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주에 외국인 '사자'가 연일 유입되고 있다.


김세종 동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내수경기 회복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보다 더 낙관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증시(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49.1%로 대만(48.3%) 일본(23.1%) 등을 웃돌았다.


하지만 한국의 은행주 상승률은 32.4%로 대만(51.6%) 일본(43.5%) 등을 밑돌고 있다.



● 매수 타이밍


내수 관련주는 언제쯤 사야 좋을까.


물론 경기가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뒤 사면 가장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주가는 그 속성상 실물경기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주식투자는 기대감과 가능성에 대해 베팅을 해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현실화될 때는 이미 늦다는 것이다.


IT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인 작년 상반기에 IT주를 선취매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 내수경기 회복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분기 중에 내수 우량주를 매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磯?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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