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두가지 고민, 성장과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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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그레고리 맨큐의 말 한 마디에 미 정계가 떠들썩하다.
서비스를 포함한 일자리의 해외 아웃소싱은 새로운 국제무역의 형태이며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이롭다는 게 그의 발언 요지다.
야당인 민주당은 그렇잖아도 대선에서 실업률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던 터라 이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고 있다.
맨큐의 말은 폴 새뮤얼슨 이후 최고 베스트셀러인 자신의 경제학 교과서 그대로다.
'자유무역 반대론자들은 자유무역이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보지 못한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설사 모든 생산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해도 상호무역을 통해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는 또'자유무역의 이득은 비교우위 원리 때문이며 각국은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에서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런 논란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제조업 공동화의 실체부터 시비의 대상이다.
그럴 이유도 있다.
제조업(에너지부문 포함)의 부가가치 생산비중만 가지곤 실증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제조업 고용 비중은 어떤가.
제조업 고용비중이 최고점에서 20% 이하로 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자.미국은 1965년 28%에서 1984년 19%로 떨어졌다.
19년이다.
유럽연합 15개국의 경우 1970년 30%에서 1994년 20%였다.
24년이다.
일본은 1973년 27%에서 1999년 19.8%로 떨어졌다.
우리는 어떨까.
1988년 28.8%까지 상승했다가 2002년 19.5%로 떨어졌다.
불과 15년이다.
공동화 문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제조업 고용 비중의 마지노선이 있을까.
하위기술 제조업의 고용 감소가 불가피할 경우 첨단기술 제조업으로 인력이 이동할 수 있다면 물론 좋다.
하지만 그게 간단치 않다.
IT(정보기술) 등 첨단 제조업 고용창출 효과는 나라 안팎에서 시비가 일고 있기도 하지만 플러스 효과가 분명하다고 해도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
더 걱정스런 것은 첨단 제조업에서의 비교 우위 문제다.
중국과 기술격차가 무슨 분야에 몇 년밖에 안 남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개방경제에서 국산화 개념조차 헷갈리게 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나 그 연구개발 능력을 얼마나 감안하느냐만 따져도 그렇다.
한 마디로 고전적 기술격차 조사를 믿다간 큰 코 다치기 딱 좋을 판이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이 고용을 흡수하면 되는가? 물론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고민이 깊다.
선진국의 서비스 아웃소싱 수주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 것인가,아니면 차라리 중국 등에 아웃소싱을 해도 될 만큼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소득과 생활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하다.
보몰 등 일단의 경제학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장기적 평균 성장률은 성장률이 가장 낮은 경제활동에 영향받는다고 했다.
이른바 '점근적(漸近的) 정체론(theory of asymptotic stagnancy)'이다.
한 마디로 서비스업에 많은 노동력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면 그 경쟁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걸림돌이 너무 많다.
현재의 노사관계,중앙명령식인 노조 지배구조 하나만 해도 다양성이 특징인 서비스업의 생산성이나 경쟁력과 솔직히 어울릴 법이나 한가.
고용 없는 성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실업률과 경기상황의 상관관계는 시대와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실업률이 몇 %포인트 감소하는지(Okun's Law),시간이 갈수록 성장률로 설명되는 부분이 작아지는 것만 같다.
막힌 곳은 뚫고,끊어진 곳은 이어줄 구조적 접근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