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비서실장 임명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고위급 참모들은 1년이 채 안돼 물갈이에 가까운 수준으로 교체됐다.


문희상 비서실장 중심의 1기 비서실에서 수석ㆍ보좌관급 이상 가운데 박주현 참여혁신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권오규 정책수석, 조윤제 경제보좌관만 남았다.


13명중 9명이 바뀌었다.


특히 정무수석은 공석으로 둔채 비서실장까지 '정무형'이 아닌 'CEOㆍ행정형'인 김 실장이 기용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2기 비서실에 대해 '조용히, 세밀하게 현안을 챙기는 국정보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2기 비서실은 정치권과는 거리를 유지하되 경제와 민생을 제일의 과제로 삼고 챙기려 애쓸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새 팀은 정치개입보다 지난 1년동안 마련된 2백50여개에 달하는 각종 '로드맵'이 제대로 실현되는지 주시하면서 '안정속의 개혁'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변 출신이 아닌 박정규 민정수석의 기용 역시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김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개혁성향의 '코드'와 '비(非)코드' 융합을 강조하며, 인화(人和)를 역설했다.


김 실장은 또 현 상황에 대해 "솔직히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많고,(갈등들은) 분쟁적 성격으로 볼 수 있다"며 "경제가 어렵고 청년실업 문제에다 이공계 기피현상 등이 당면 문제"라고 말해 2기 비서실의 성격에 대해 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전임 문 실장이 "비서실은, 없으면 찬 바람이 들어오고 상황에 따라 뒷그림이 되어주는 병풍역할이 맞다"며 '병풍론'을 내세워온 터여서 일관성 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비서실의 역할에 따라서는 자칫 현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부처자율론'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초기 청와대를 장악했던 '386참모'들과 '부산인맥' 등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들이 청와대에서 대거 물러난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2월 40여명의 비서관 중 기존 공무원 출신은 단 2명(치안비서관, 인사비서관) 뿐이었으나 지금은 정책실을 중심으로 공무원들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또 비서실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들도 재경부 예산처 등을 위주로 한 직업관료(테크노크라트)가 속속 자리잡아가는 형국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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