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도(度)를 넘어섰다고 비판하는 의견이 많다. 달러 약세로 세계 주요국의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시장에서 달러매입을 통해 원화절상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취해진 국내금융기관의 역외선물환(NDF) 거래에 대한 정부 규제를 두고 정상적인 시장활동마저 왜곡시키는 무리수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외환시장이 국제금융 흐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정부가 외환시장을 직접 규제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외환수급 동향만을 놓고 보면 수출이 사상 최대실적을 이어가고 외국인 자금의 유입 등 달러초과공급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환율을 외환시장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 둘 수 없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금이 환차익을 노린 단기투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이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투기적인 수요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경우 환율은 단기간에 급변동하게 돼 결국 경제에 부담만 주게 된다. 우리는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5조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지만 환율이 떨어지자 대거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금년에도 외국인자금이 이미 주가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의 혜택을 입고 있으며 헤지펀드의 가세가 두드러지는 등 환투기의 여건이 점차 성숙되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대비책이 마련돼야 했다. 또 하나 정책당국이 환율하락을 쉽게 용인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 수출업계가 원화 절상을 감내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중소중견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에 정도에 불과해 갑자기 환율이 몇십원씩 하락하게 되면 공장문을 닫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수밖에 별다른 선택이 없다. 기업 현장을 직접 가 보면 중소기업들이 환율안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일부이지만 원화가치 절상이 물가를 낮춰 내수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 내수침체는 물가상승이 아니라 가계부채, 신용불랑자의 급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원화절상을 통해 수입재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수출기업에 입힐 타격을 능가할 것 같지는 않다. 적정환율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하지 않는 한 불합리한 원화절상 조짐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우리처럼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고 시장참여자들이 군중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완전한 자유변동을 기조로 하는 선진국에 비해 개입강도를 더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출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환율을 방어하자는 말은 아니다. 정부가 환율의 급변동을 완화시키는 것은 단지 시간을 벌어줄 뿐이며 수출경쟁력을 키워나갈 책임은 결국 기업에 있다. 기업은 정부가 안정적으로 환율을 관리해 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환차손의 피해를 흡수할 수 있는 환위험관리능력을 익히고 궁극적으로는 국제시장에서 상품가격결정권을 행사하도록 원천기술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당장 수출이 잘되고 지표상 경기가 꿈틀한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가 가야할 길은 너무 멀다. 작년 한햇동안 21조엔의 막대한 자금을 시장개입에 사용한 일본이나 고정환율제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리고 있는 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자국 내부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환율의 과잉방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길어지게 되면 시장참여자들의 환율절상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키고 환투기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주거나 외부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압력을 받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수출중심적인 우리 경제에서 환율안정이 갖는 의미를 인식해 정부가 환율변동에 대한 대외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모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