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새 경제팀에 거는 기대 .. 金仁浩 <시장경제연구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金仁浩 < 시장경제연구원 운영위원장 >
경제정책기조의 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고 총선에 출마하는 각료의 후임을 임명한 소폭의 개각이지만 이번 개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신임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많은 경제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았을 뿐 아니라 성격이나 그간의 경력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의 정책 전환도 예견되기 때문이다.
우연이지만 경제부총리와 함께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인 고용정책을 추진해 나갈 노동부장관까지 같이 바뀐 점도 흥미롭다.
높은 실업, 특히 청년실업의 증가가 경제·사회의 최대 이슈가 되면서 일자리 만들기 묘안 경연대회라도 하듯 정부 각 부처가 정책구상이나 발표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체로 별 효과가 없는 일과성이나 전시성 정책들로 비판받는 터이기에 새 경제팀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더욱 크리라고 본다.
이들이 고용문제를 다루는 방향을 보면 우리 경제의 위기구조에 대한 인식이나 이에 대응할 정책기조와 무수한 현안과제의 해결방향을 짐작할 수 있기에 고용 문제를 중심으로 새 경제팀에 몇 마디 고언과 기대를 밝힌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땅에 떨어져 있다.
그나마 투자동기가 있는 기업들도 주로 해외에서 투자대상을 찾고 국내 투자는 최대한 기피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소위 '고용 없는 성장'이 불가피해지는 쪽으로의 산업구조의 변화와 이에 적응하는 기업경영 방식의 변화 현상이 가세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경제가 당면한 고용문제의 본질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고용을 늘리는 길은 오로지 개별 기업이 경쟁력 향상을 바탕으로 생산 활동을 활성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투자를 증대하는 길 밖에 없다.
산업구조가 고용절약형으로 바뀔 수록 더욱 더 질적 투자가 느는 것 이외에 진정한 의미의 고용이 증대될 길은 없다.
민간기업들이 보유한 자금이 3백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투자를 꺼리는 것은 '불확실성'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하려면 우선 경제외적으로 북한 핵문제, 한ㆍ미간 공조관계의 균열 등 안보상 불안요인이 근본적으로 제거돼야 한다.
또 현재의 정치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 즉 정치안정에 대한 전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경제내적으로 는 무엇보다도 시장원리에 의해 경제를 운영한다는 믿음을 주고 경제정책을 비롯한 관련 정책을 일관성 있게 운용해야 한다.
정부는 예측 가능한 시장규율과 경쟁의 틀을 제시하고 시장에 대한 신뢰와 인내를 가지고 그 틀 안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뛰도록 유도하는 것만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길이다.
우리 기업인들 대부분이 이 땅에서 계속 기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고용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위기구조에 대한 깊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일관성 있는 경제와 관련 정책방향이 채택되지 않으면 그 어떤 '일자리 늘리기' 대책도 무의미할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이렇게 본다면 최근 노·사·정 대표가 합의한 소위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거는 기대도 자명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설사 핵심인 당사자들의 준수의지가 확인되고 구체적 실천방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이 협약이 우리 경제가 당면한 심각한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과 배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돼야 할 무수한 다른 경제현안과 마찬가지로 실업문제 역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외형적 표출이며 경제문제를 시장원리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은 이 정부 정책기조의 결과이다.
또 경제외적 위기상황 역시 이 정부가 상당부분 스스로 조성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한 깊은 반성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기조의 재정립과 경제현안 해결 노력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신임 경제부총리의 어깨에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과제가 지워져 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