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이 외국인에 버금가는 증시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한햇동안 이들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는 등 강력한 매수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4년 동안 상장기업들의 자기주식 취득규모는 총 32조원에 달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조6천억원에 머물던 자사주 매입규모가 지난해에는 9조8천6백억원으로 급증했다. 상장기업의 지난해 주식 총매수규모는 자사주 매수 외에 유가증권 투자액 등을 합칠 경우 작년 외국인 순매수금액인 13조7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기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2001년부터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규모가 증자규모를 웃돌면서 주식발행을 통한 공급보다 자사주 매입 등 수요가 더 많은 현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한국증시의 중장기 상승추세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년동안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SK텔레콤(3조4천6백억원) KT(2조6천7백억원) 현대중공업(1조8천1백억원) 포스코(1조5천6백억원) 국민은행(1조3천7백억원) KT&G(1조1백억원) 등도 1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 7개 기업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총 15조9천억원에 달해 전체 자사주 매입규모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풍부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장기업의 자사주 소각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 1천6백억원에서 2001년 5천6백억원,2002년 2조6천억원,2003년 3조8천억원 등으로 최근 4년간 자사주 소각규모는 7조1천억원에 달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만 그치지 않고 자사주 소각에 적극 나서는 것은 주주 가치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이익소각)할 경우 자기자본과 발행주식수가 감소해 주식의 평가 잣대인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비율(ROE)이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