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을 계기로 자치단체장의 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현재 수뢰 등 비리 혐의로 기소되거나 구속돼 행정 공백을 빚고 있는 자치단체는 서울시와 부산시, 광주시, 경기도, 강원도,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 전국에 모두 12곳. 이들 지역 자치단체장은 뇌물을 수수했거나 공천 대가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기소되면서 해당 자치단체는 행정 공백으로 인해 지역 현안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장들의 비리 연루는 하위직들의 공직 기강 해이로 이어지면서 공직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전직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막상 선거에 뛰어들고 보니 여기 저기서 돈을 요구했다"며 "당선을 위해서는 가히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고비용 선거를 치른 자치단체장들은 언제든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 자치단체장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회의원처럼 자치단체장 선거 입후보자도 후원회를 통해 투명하게 선거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행정적 징계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자치단체장들을 유권자들이 직접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주민 소환제나 주민 소송제의 도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