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돼서 시각 장애인들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보고 싶습니다." 3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 서울대 200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을 통해 법학과에 합격한 최민석씨(22)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가 2002년 특수교육 특별전형을 실시한 이후 1급 시각장애인이 합격한 것은 최씨가 처음이다. 최씨는 다섯 살 때 찾아온 녹내장으로 고생해 오다 결국 열살이 되던 지난 92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3년간 기도원에서 마음을 다스린 후 특수 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 다시 들어 간 최씨는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실업계인 서울맹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안마와 침술과 같은 교과 과정을 이수하는 동시에 수능 준비도 했다. "내신성적을 신경 써야 돼 안마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입시공부는 집에서 주로 했지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교회를 자주 찾았던 최군은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자신을 추슬렀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힘이 돼 준 사람들은 아버지 최병엽씨(54)와 어머니 박동희씨(50) 등 가족들. 중소기업 회사원인 아버지 최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저녁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여러 가지 책이나 문제집을 직접 읽어 주는 등 최씨의 수능 준비를 도왔다. 최씨는 "깊이 있는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 데 점자로 된 책은 기본서적 밖에 없었다"며 "부모님과 누나가 필요한 책을 사다 읽어 주거나 녹음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최씨의 책상에는 녹음 테이프가 수백개나 된다. 최씨는 앞으로 법적 제도 개선을 통해 동료 시각 장애인들의 사회진출 폭을 넓히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