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멋쟁이 신사가 되려면 선이 길고 날렵한 정장을 입어야 할 것 같다. 어깨선을 각지게 드러내고 허리선을 약간 집어넣은 이탈리아풍 신사복도 좋다. 제일모직 LG패션 등 국내 대표적 신사복 업체들은 2004년 봄·여름 남성정장 스타일로 '롱 앤드 슬림(long & slim)' 스타일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는 정통 신사복의 격식을 살린 가운데 몸매의 선을 다소 강조한 단추 3개짜리 정장이다. 소재에서는 1백30∼1백50수의 부드러운 고급 모직,실크와 울의 혼방,1백% 실크 등 고급 원단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올 봄 남성복은 1950∼70년대 스타일을 재해석한 복고적 느낌의 클래식한 형태와 고급스러운 캐주얼 등 두 계열로 나뉜다"면서 "최근 패션계를 강타한 웰빙 트렌드와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형태에서는 입고 활동하기 편한 디자인,소재에서는 고급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정장의 경우 허리선은 몸에 꼭 맞게 파고 재킷 뒷부분 아래 트임은 조금 넓혀 몸매를 드러내면서도 활동성을 보강한 제품이 많다. 뒷자락 트임(벤트)은 가운데만 판 것 외에 좌우 두 군데를 모두 판 제품도 흔히 볼 수 있다. 색상은 밝고 환한 편이다. 신사복의 기본색인 청색 회색도 좀 더 밝아졌고 셔츠 넥타이 등에 쓰이는 액센트 색으로는 분홍 오렌지 하늘색 등 파스텔톤이 부쩍 늘었다. 송은영 LG패션 알베로 디자인실장은 "소재에서는 1백50수 이상의 고급 울이 많이 늘고 실크 소재가 대중화되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꼽았다. 실크의 경우 예전에는 쉽게 구김이 가는 등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남성복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최근 가공법이 발달하면서 용도를 넓히고 있다는 것. 울·실크 혼방 외에 1백% 실크까지 사용한 제품이 많아졌다. 여름 제품에서는 특수 처리를 통해 표면의 질감을 강조한 '시어서커 실크'가 주목받는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줄무늬(스트라이프)도 여전히 강세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굵기·색상이 다른 줄무늬를 섞은 '얼터너티브 스트라이프'가 새롭게 떠올랐다. 이은경 제일모직 갤럭시 디자인실장은 "올 봄에는 남성 정장은 무조건 점잖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자유로운 옷차림을 즐겨보라"고 조언했다. 또 "똑같은 청색 정장을 입더라도 오렌지 연두색 등 밝은 넥타이 하나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변화를 시도해보라"고 덧붙였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