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재래식 극장을 급속히 대체하면서 영화관객 증가와 함께 주변 상권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1998년 강변CGV 개관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멀티플렉스는 1일 현재 전국 8백46개 스크린(5개관 이상 갖춘 극장 기준)으로 불어났다. 전체 1천1백56개 스크린중 73%에 달한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는 1백36개, 메가박스 80개, 롯데 78개 등 '빅3'들의 스크린 수만 2백94개에 이른다. 후발주자인 프리머스시네마도 설립된지 불과 1년여 만에 51개 스크린을 갖췄고 올 연말까지 1백40여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확장 경쟁을 하면서 지방 중소도시의 극장주들도 낡은 단관들을 허물고 새로운 복합상영관을 잇따라 짓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상가들도 멀티플렉스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산 롯데백화점은 롯데시네마를 입주시킨 뒤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음식점 의류점 등이 급증하면서 '라페스타'라는 쇼핑타운이 생겨났다. 부산 서면은 원래 공단이었지만 지금은 쇼핑가로 탈바꿈했다. CGV 롯데메가박스 등이 들어서면서 요식업소와 액세서리 의류점들이 대거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또 서울 구로동의 애경백화점과 목동 현대백화점 등도 CGV 체인을 유치한 뒤 유동인구가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상은 멀티플렉스들이 관객 유치에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빅3'의 스크린 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전체 관객의 40% 이상을 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멀티플렉스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곳이 아니라 '쾌적한 환경 속에서 영화도 보고 먹고 놀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분당 일산 부천 안산 부평 등 서울 인근 도시에서 멀티플렉스를 찾은 관객들만 지난해 1천만명을 웃돌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