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義鐘 < 서울대 의대 교수.진단검사의학과 > 조류독감은 1백년 전 이탈리아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거의 모든 조류를 감염시켜 1백%의 치사율을 일으킬 수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인체 감염 사실이 확인되었고 당시 18명의 조류독감 환자가 입원,6명이 사망했다.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홍콩 안에 있던 닭과 오리를 모두 살처분한 바 있다. 그 후 잠잠하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베트남 태국과 캄보디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양계장을 중심으로 대유행하고 있다. 발생 당시에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으나,사람에게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했고,급기야 1월29일 현재 베트남과 태국에서 감염환자 11명 중 8명이 사망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조류독감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형이 원인 바이러스인데,사스 바이러스만큼 인간에게 위험한 매우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섭씨 56도에서 3시간 가열하거나 60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으면 위험하지 않다. 계란도 완전히 삶아 먹는 것이 좋다. 계란 프라이나 반숙은 계란이 덜 익혀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닭똥 안에서는 바이러스가 최소한 3개월간 생존하며,물 속에서는 22도에서 4일간, 0도에서 30일 이상 생존한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닭똥 1g으로 닭 1백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닭똥에 오염되어 있는 생닭 시장이나 양계장 주변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계분을 화초의 거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삼간다. 일반적으로 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책은 매년 가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조류독감의 경우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감염된 가금류의 살처분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그 다음으로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은 독감환자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자주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손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조류독감이 사람간에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인플루엔자 또는 사스와 같은 중증 호흡기 질환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며,손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병원체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으려면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휴지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휴지가 없다면 팔 윗부분에 대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다.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기침했던 손바닥으로 손잡이를 잡으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원조 보균동물은 물에 서식하는 철새이며,감염된 철새가 닭과 같은 가금류에 접촉해 조류독감의 집단 발생을 일으킨다. 대량 살처분과 닭고기 소비량 감소로 야기되는 사회문제뿐만 아니라,조류독감이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근래 들어 닭으로부터 사람이 감염되기 때문이다. 조류독감과 같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을 '동물원성 감염증(動物原性 感染症·zoonosis)'이라고 한다. 동물원성 감염증은 비록 사람에게 감염시켰더라도 다른 사람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는 변종이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는 발병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조류독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의 직장이나 학교에서 여러 명이 고열 기침 근육통을 호소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에게서 발생한 조류독감을 조기에 찾아내어 집단 발생을 예방할 수 있으며,사람간에 전염될 수 있는 변종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 검출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베트남과 유전자형이 다른 것으로 판명되어 국내에서는 인체감염이 없을 것으로 추측되나,조류독감의 인체감염에 대한 감시를 계속해야 한다. euicho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