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명의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금지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편법만 조장할 것"이라며 현실성있는 법개정을 촉구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9일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조찬간담회 강연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는 막아 놓고 임원들의 기부는 허용하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오겠느냐"며 "지키지도 못할 법, 새로운 부정을 낳는 법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영국처럼 선거가 완전 공영화된 나라에서나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둔 채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만 금지하는 것은 또 다른 부정을 조장하는 만큼 기업들도 일정 한도 내에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일정한 기부 한도를 정하고 이를 어겼을 때는 엄한 벌칙을 내려야 한다"며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고 철저히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 역시 "취지는 환영한다"면서도 "정치관행의 개선없이 법만 앞서갈 경우 오히려 범법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상무는 "최근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크게 홍역을 치른 정치권이 설마 또 다시 손을 벌리겠느냐고 하겠지만 5년, 10년 전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지금처럼 2억5천만원이라도 내도록 하는게 기업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A사의 한 임원은 "최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인 후원회가 뜸하지만 총선 시즌에 본격 돌입하면 여기저기서 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느냐"고 반문하고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