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말레이시아. 그러나 2천3백만명의 인구중 이슬람 신자는 5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불교(17%) 힌두교(7%) 기독교(3%) 등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이같은 비율은 민족구성 비율과 비슷하게 일치해 중국계는 대부분 불교, 인도계는 힌두교 신자이다. 언뜻 보면 종교간, 민족간 긴장이 팽팽할 것 같은 말레이시아 사회가 최근 30여년간 특별한 갈등없이 안정과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대다수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그 이유를 '부미푸트라 정책'에서 찾고 있다. 말레이어로 '토지의 아들'이란 뜻의 부미푸트라는 '부의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추진해온 말레이계 우대 정책이다. 16세기부터 말레이인들은 영국 포르투갈 등 서구열강에 자원을 수탈 당했다. 1955년 독립후에는 19세기부터 몰려든 중국계 노동자들의 후손에게 모든 상권을 빼앗겼다. 인도계 이민자들 역시 상당수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을 차지했지만 교육받지 못한 대다수 말레이계는 가난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계 상권의 지배력은 점점 커졌고,결국에는 지난 69년 말레이계와 중국계간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이 때 말레이시아 정부가 갈등을 잠재우려 채택한 것이 바로 부미푸트라 정책이다. 경제 교육 등 전분야에서 말레이계를 우대해 빈부격차를 줄여 나가는 동시에 중국계에는 소수민족으로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게 그것이다. 그 결과 말레이계가 소유한 부(富)의 비중은 지난 70년 1.5%에서 최근에는 20%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계는 여전히 전체 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유지하고 있다. KOTRA의 황의태 차장은 "정치적으로는 말레이계가,경제적으로는 중국계가 권력을 양분하는 절묘한 조화를 통해 안정을 이룩한 나라가 말레이시아"라고 평가했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