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를 넘나들던 LG카드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기사회생의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LG카드가 걸어온 길이 '죽는 길'이었다면 이제 LG카드는 '사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해부터 시작된 카드산업의 유동성 위기와 이번의 LG카드 사태를 겪으면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다. 첫째는 시장원리와 관치금융에 대한 논쟁인데 이제야말로 시장원리 또는 시장경제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시장원리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부실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비실용적인 논리로서 실제로는 정책당국,채권단,해당기업,주주 등 이해집단의 경제사회적 역학관계에서 사안별로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것을 현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이나 시장의 메커니즘은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카드사들의 사채발행이나 ABS(자산담보부채권)의 발행,상환,그리고 재발행 등의 시장 메커니즘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정시장원리(Adjusted Market Economy)를 우리는 인식해야 될 것이다. 둘째는 대기업 특히 재벌그룹의 금융업에 대한 집착과 경영권 고집이라는 환각증세가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LG카드만 하더라도 해외투자자,특히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지분 매각시 경영권까지 양도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셋째로 카드산업이 부실화되면서 소비자 금융의 풍경이 전면적으로 바뀌었는데 새로운 소비자 금융제도를 마련해주는 노력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카드사의 부실요인으로 가두모집 등 방만한 영업 그리고 소비자의 무분별한 지출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소비자 금융'이라는 제도를 도입한 적도 없이 소비금융의 건전성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건전한 소비자 금융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LG카드가 사는 길은 어떤 길일까?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첫째는 대차대조표의 좌변 즉 자산의 규모와 질의 조정에 있다. 자산의 규모,특히 소비자채권을 자산매각이나 유동화로 축소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산의 재포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현재의 구매한도에 의한 카드 사용액을 회전대출로 전환시켜 자산유동화(Securitization)를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좀 전문적인 이야기로 현재의 카드채권 유동화에는 유동화권 채권과 담보성 채권의 미스매치(Mismatch)가 존재한다. 이 미스매치를 없애는 것이 자산유동화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외국시장의 예로 보면 회전대출 전환시 연체율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회전대출제의 전면적인 시행은 일시적인 자금부담은 있을지언정 자산유동화를 통한 규모의 축소 그리고 연체율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둘째는 과감한 아웃소싱이다. 국내 카드산업의 제일 큰 비효율성은 가맹점 관리에 있다. 모든 카드사가 각각 가맹점 관리를 하므로 비효율적인 경쟁과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업계는 '가맹점 공동이용'을 실용적으로 개편,활성화하여 카드산업의 비경제성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또한 관리시스템 특히 가맹점관리 시스템(Merchant Acquiring System) 등을 과감하게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전문화이다.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여신업체다. 따라서 핵심역량을 리스크 관리 향상에 집중시키며 대출을 통한 이자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로 탈바꿈하며 비핵심 사업부문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타 금융사,특히 제1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해서 자산공유,자금조달 등을 확보하여 자산부채운영의 위험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다. LG카드의 정상화 길은 멀고도 험하나 외국의 경우 카드사가 퇴출된 경우는 별로 없고 M&A 또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살아남았다. LG카드의 확실한 부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