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뱃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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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들의 현금지급기가 되면 안된다. 식사 후 그릇을 부엌에 갖다 놓는 건 가족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 일에 대해 보상하지 말라.'
'용돈을 얼마 줄까에만 신경쓰지 말고 그 돈을 왜 받는지,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일러줘라.신용카드의 무서움을 주지시켜라.'
'부자아빠의 자녀교육법'(로버트 기요사키·샤론 레흐트)은 아이들에 대한 경제·금융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돈 관리법은 물론 저축과 빚의 양면성 등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실전 경제'를 부모가 미리미리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샤론 레흐트는 "대학생 아들이 신용카드 빚에 허덕이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책을 썼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어려서 금융을 알아야 어른이 돼서 저축과 투자에 대한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초·중·고생에 대한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융 문맹'이 되면 재산을 늘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렵고 계획없이 생활하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우리의 경우 청소년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돈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하거니와 20대가 전체 신용불량자의 20%에 이르게 된 건 상당부분 부모세대의 책임일지 모른다.
경제관념은 생활 속에서 터득돼야 하는 것인 데도 '애들은 돈에 대해 모르는 게 좋다'거나 '내 자식에게 만큼은 아쉬운 것 없이 해줘야지' 하다 무분별한 소비성향을 키운 감이 짙기 때문이다.
음력 정초엔 설날 받은 세뱃돈으로 아이들의 주머니가 가장 넉넉할 때다.
모처럼 목돈을 갖게 된 만큼 차제에 기초적인 경제교육을 시작하면 좋을 성싶다.
세뱃돈으로 뭘 했고 뭘 할 건지 물어 꼭 필요한 데 쓰는 건지 점검하고,통장을 만들어 직접 관리하게 함으로써 저축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게 그것이다.
그런 다음 방 청소나 설거지 돕기 같은 당연한 가사 외에 별도 일손이 필요한 일(수납장 신발장 책 앨범 정리 등)을 시키고 대가를 지불하면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의 벽난로 위에 있었다는 문구도 되새길 만하다.
'네 손으로 장작을 패라.이중으로 따뜻해진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