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연두회견] (분야별 문답) 대기업노조 경제위해 절제ㆍ양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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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국정 목표와 주안점은 '경제 살리기와 민생 챙기기'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 앞서 '변화와 안정,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라는 모두발언을 발표하면서 앞부분의 절반 이상을 할애, 경제와 민생에 대한 총력전 의지를 천명했다.
남은 4년 임기 동안의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4ㆍ15 총선이 예정돼 있지만 일단 침체국면의 경제를 조기에 회복시키면서 일자리 창출, 집값 안정과 교육 정상화,노사관계 안정화 등 중산층ㆍ서민들의 생활고를 풀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재신임 문제, 측근비리 특검 및 대선자금 수사 향배, 열린우리당 입당 의지,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총동원령', 외교부 등 부처 공무원 '기강 잡기'처럼 정치문제로 언제든지 비화할 수 있는 잠재된 불씨도 노 대통령은 적지 않게 안고 있다.
이같은 사안들이 확대돼 불똥이 노 대통령에게로 직접 튈 경우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는 결의는 쉽게 흔들릴 수도 있다.
또 총선 결과에 따라선 노 대통령의 손발이 사실상 묶이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권의 시계는 좁고 어둡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노사정책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투자문제와 연관해 말해 달라.
노사문제의 책임이 어디 있나.
최근 금융시장 최대 현안인 LG카드 문제에서 정부가 개입 혹은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80년대 이전 우리기업들은 공권력이 해결해 주고 탄압으로 다 해결할 수 있었던 노사관계에서 기업을 운영했다.
노동자는 노사협조주의를 나쁜 것으로, 노사대립주의적 사고를 갖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대화와 설득, 사회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법과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며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근로조건이나 임금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 노조가 전체 근로자를 위해 스스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LG카드에 대해선 원칙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시장자율에 맡기라는 것이다.
대통령 되고 바로 카드채 문제가 터졌는데 정부가 당시 했던 일은 채권회수 유예권고 수준의 개입을 한 것 같다.
회생할 수 있는 환자에겐 투약해 회생시켜야 한다.
채권자 모두가 결국 파산ㆍ정리란 방법으로 모두가 손해보는 것보다 정부가 좀 개입해 주면 모두가 손해를 줄일 수 있고 엄청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것이지 정부가 강압을 쓴 것은 아니다."
◆ 경제상황
-경기회복이 느리고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10년 가까이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불경기는 단기에 회복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출발했다.
서너집 걸러 한집씩 신용불량자가 있어 소비할 여지가 없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매입을 위한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해 왔는데 그대로 두면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가격이 폭락하면 금융에 심각한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있었다.
통화정책을 함부로 쓰면 그 뒤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재정정책만 썼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중요한데 경쟁력은 기술과 인재다.
기술혁신과 인재 양성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은 경제 활성화에 달려 있다.
우리 공공서비스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공공부문 고용을 늘려서 국가가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많이 하면 고용도 늘 것이다."
-지난해는 노사문제 정치상황 등 '불확실성'이 경제의 걸림돌이었다.
올해 총선이 있는데 경제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나.
시장 불확실성은 어떻게 해소하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는 대기업에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 불확실해 투자가 안된다'며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정책의 어느 부분이 불확실한지 묻고 싶다.
정치상황은 관계없다고 본다.
86∼88년 3년간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
정치적으로 제일 시끄러울 때였다.
89년은 여소야대 국회였고, 견디다 못해 3당 합당을 했다.
그때도 성장이 멈추거나 투자가 멈추지 않았다.
총선은 경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기업가들은 규제를 풀기 바라겠지만 규제를 푸는 순간 관리되지 않고 마구잡이 난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신행정수도 계획에 서울 등 수도권이 반대하고 있다.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신행정수도특별법 통과 이후 졸속처리 지적이 있으나 그렇게 생각 안한다.
1977년에 이미 임시행정수도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국민적 공감대가 약한게 아니라 우리 한국의 수도집중적 사고방식 때문에 한국의 집중된 권력, 집중적 사회구조 때문에 실천되지 않은 것이다."
◆ 정치
-'재신임과 총선결과 연계' 시각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총동원령'을 내릴 것인지, 후속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대한 생각은.
"재신임과 총선 연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
그러나 재신임은 제 약속이다.
어떻게 실천할지 계속 고심하겠다.
다만 그 시기는 특검 조사가 완전 마무리되거나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을 때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동원령은 생각도 없고 적절치 않다.
후속개각은 현재로선 아무 계획 없다.
청와대 개편도 마찬가지다."
-외교부 직원이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을 하는 등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공직자는 대통령의 정책과 정책노선을 존중하고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
대미 외교과정에서 외교부의 일부 문제되는 공무원들이 저의 정책에 대해 오해가 있었거나 이견이 있었던 것 같다.
때때로 대통령 정책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 사전정보 유출이 있었고, 때로는 결정된 정책의 세부정책 영향을 끼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정보 유출이 있었다.
그동안 몇번 주의를 환기하고 대통령 정책을 따라줄 것을 요구했다.
그 요구에 대해 몇사람이 대통령 외교노선에 이의를 제기하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욕적 언사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앞으로 외교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지장이 없도록 우선 인사조치할 것이다."
-최근 여권인사들이 청와대에서 식사회동을 하면서 총선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이 여러 차례 보도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정계에 진출한다고 사표내고 나가는 사람에게 점심 한번 안하면 매정한 사람이 되고, 정국이 어려우니까 격려하느라고 '걱정하지 마시오.앞으로 양강구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보도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닌데 그렇게 전달됐다.
열린우리당에는 입당하고픈 생각이다.
입당을 미루는 것은 제가 혐의를 받고 있고 주변사람이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당의 개혁지향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제 문제에 대한 가닥이 잡혀야 입당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있다."
◆ 외교ㆍ안보
-북핵문제에 있어 북미간 말과 말 단계에서 행동 대 행동 단계로 옮겨가고 있는 듯한데 회담 전망은.
또 남북문제에 있어 올해 안에 돌파구가 만들어질지, 대북특사 등을 통한 정상회담 등 전망은.
"북핵문제는 대화기조를 유지해갈 것이다.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도 흔들리고 많은 불안을 가져오기에 안정적 기조로 계속 가야 한다.
(남북문제는) 북핵문제 마무리되기 전에는 획기적인 진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상회담에 대해선 계획 세우지 않았다."
-미국이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한지 4개월 지났는데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안되고 미뤄지는 이유는.
최근 미국 방문단이 북한을 방문해 핵시설을 돌아봤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회동의가 조금 늦어진다고 파병까지 많이 늦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의가 늦어지더라도 정부는 빨리 파병할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 일로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 안한다.
미국 방문단 결과는 보고받지 못했다."
◆ 사회분야
-국회 법사위에서 친일행위진상규명법이 논란이 되다 처리되지 못했다.
독도문제에 대해 일본이 주권을 침해하는 이야기를 했고 고이즈미 총리까지 나서 독도 발언했는데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이지 않냐는 국민들의 불만이 있다.
"친일행위 진상규명은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되는 역사적인 과제다.
국회에서 입법이 되면 정부에서 성의있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사의 대상과 방법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독도 문제는 되도록이면 말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은 독도에 대해 실효적인 지배를 하고 있다.
이것을 가지고 한일간에 옥신각신 논쟁하는 것은 별로 득될 것 없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