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부터 눈이 내렸다. '꿔다 해도 한다'는 소한 추위마저 영상의 봄 같은 날씨에 맥을 추지 못하는 등 계속됐던 '이상한 겨울'이 제자리를 찾는 것 같다. 서둘러 차려 입고 기차에 올라보자. 흩날리는 눈발,가지 위의 눈꽃,난로 위에 주전자물이 끓고 있는 간이역… 겨울들머리에서부터 머릿속으로 그려온 한 겨울날의 정경 속으로.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는 철도청이 준비한 대표적인 눈꽃열차상품. 매년 '대박'을 터뜨렸던 상품이다. 치악또아리굴(금대2터널)이 열차여행의 맛을 깊게 해준다. 원주역을 지나 만나는 치악또아리굴은 철길 터널이 뱀 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바퀴 돌아 나오면 입구와 출구가 위 아래로 놓여 있어 들어갈 때 보았던 경관이 다시 펼쳐지는 터널이다. 단양역 앞 단양8경 모형공원을 산책한 뒤 닿는 승부역은 한국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자리한 기차역. 한국에서 두번째로 긴 철길 터널인 정암터널(4.5㎞) 다음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8백55m)에 있는 기차역인 추전역에서 눈덮인 시골마을의 정취를 즐긴다. ◆소백산 눈꽃·부석사 기차여행은 눈이 없어도 탈없이 진행되는 상품. 아이들의 역사교육 여행길로도 괜찮은 일정으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먼저 풍기역에서 내려 소백산의 겨울 풍치를 즐긴다. 눈이 있다면 금상첨화. 한국 5대 명찰 중 하나인 부석사의 겨울풍경은 또 어떤가. 소수서원과 선비촌도 아이들의 메모장을 가득 채우게 하기 충분한 곳이다. ◆마이산 눈꽃기차여행길도 아기자기하다. 두개의 바위산이 나란히 솟은 형상이 쫑긋한 말의 귀와 흡사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마이산은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 사람이 쌓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고 또 정교한 돌탑이 신비로운 탑사도 들러볼 만하다. ◆덕유산 눈꽃여행길에는 별미가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빙(氷)등축제를 볼 수 있는 것.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정상에 올라 보는 풍광도 장관. 무박2일 상품은 완주 죽림온천에서의 온천욕 시간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