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업종대표주 치고는 지난해 주가 상승폭이 작았다. 종합주가지수가 작년 4월부터 이달까지 10개월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는데도 주가가 많이 못 오른 것은 증권업이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라는 점도 원인의 하나다. 국내 증시가 수출 호조를 모멘텀으로 삼아 외국인의 유동성에 의지한 상승랠리를 펼치는 동안 국내 개인들은 철저히 증시를 외면했고 상대적으로 삼성증권을 '대장주'로 한 증권업종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보다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데다 개인 자금도 결국에는 증시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내수 회복의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그동안의 상승장에서 소외돼왔기 때문에 개인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 그만큼 주가 상승폭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나타나는 외국인 매수세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0일 연속 순매수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21%에서 23%대로 높아졌다.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삼성증권의 올해 투자 포인트는 △장기간의 주가 조정에 따른 저가 메리트 부각 △자산관리 영업 호조 △CBO(채권담보부증권) 후순위채 부담 감소 등이다. 우선 장기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업종대표주에 적용됐던 프리미엄이 없어졌기 때문에 다른 업종대표주보다 상대적으로 상승탄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산관리 영업에서 최근 일임형 랩어카운트 판매 호조는 수익원 다각화와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업계에서는 1조원에 달하는 이 시장에서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경쟁력이 상당히 돋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증권이 표방해온 자산관리 영업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과거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CBO 후순위채 부담이 크게 줄어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경쟁업체인 다른 증권사들의 매각이 지연될 가능성 등이 뜻밖의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증권의 지난해(2003년 4월∼2004년 3월) 매출(1조1천8백78억원)과 순이익(1천4백63억원)이 전년보다 38.5%와 1백54.4%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효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내수회복에 앞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수' 의견에 3만4천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