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릴라이언스 그룹은 "돈버는 귀신"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 그룹은 돈이 되는 사업에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어 과감하게 투자하고, 기업인수(M&A)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단기간에 타타그룹을 제치고 인도 최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개 중소 섬유업체에 불과했던 릴라이언스가 불과 20년 만에 자산규모 8천억루피(약 20조원)의 초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한 데는 몇차례의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그 첫째가 수조원을 들여 잠나가르 지역에 대규모의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공단을 건설한 것. 정부의 개방적 대외정책에 힘입어 폴리머와 합성섬유분야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나름대로 발빠르게 대처한 셈이다. 당시 고용했던 외국 컨설턴트들 조차도 무리라는 판정을 내렸음에도 암바니 부자는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공사기간을 2~3년 단축시켰다. 2002년에는 국영석유화학업체(IPCL)의 지분을 전량 사들여 덩치를 더 키웠다. 인도 최대 석유화학업체로 올라선 릴라이언스는 이번에는 이동통신사업에서 대모험을 걸었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GSM(유럽형)방식 대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을 도입한 것. 여기에 '우편요금보다 싼 통화'를 기치로 내걸고 분할상환 등을 통해 가입비와 통신요금에 대한 파격적 세일을 실시했다. 이같은 전략이 적중, 릴라이언스는 지난해 5월 통신서비스 상업화에 돌입한지 7개월여만에 가입자 7백5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릴라이언스는 이밖에 전력 및 가스산업과 보험업 생명과학산업 등에 진출, 사업을 다각화했다. 최근에는 해외쪽으로도 눈을 돌려 미국 텔레콤사 플래그를 인수키로 합의한 바 있다. 릴라이언스는 정부로부터 석유에너지 판매권도 획득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인도 재계서열 1위자리를 확고히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릴라이언스는 현재 인도 GDP의 3.5%, 총 수출의 5%, 인도정부 간접세수입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간부문이 내는 총수익의 30%를 벌어들이고 있다. 뭄바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