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계천 복원사업과 뉴타운 사업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올해 서울시의 목표로 4가지를 내세웠다. 대중교통체계 대개혁, 서울문화의 창조, 서울경제 활성화와 함께 '강북시대의 개막'이 그것이다. 이 시장은 "강북 대개발 계획은 단순히 강북에 좋은 집을 지어주는 사업이 아니라 오랜기간 강남북 불균형 성장이 불러온 사회경제적인 갈등구조를 해결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강북개발 의지는 확고해 보이지만 아직도 시민들 사이에선 '그래봤자 강북이지'란 냉소적인 반응도 많은데. "지금 우리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계층간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계층 상승의 기회가 닫혀 있는 사회, 경쟁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 사업은 강남과 강북으로 대별되는 이같은 사회경제적 갈등구조를 치유하는 사업이다. 강북개발 사업은 기존의 재개발ㆍ재건축을 크게 묶어 시가 도로 학교 공원 등 필수 기반시설을 집중 배치해 주는 사업인 만큼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교통문제는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작업을 통해 해결하고, 교육문제는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유치해 풀어나가겠다." -한편에선 강북개발의 이익이 토지 소유주에게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개발 이익은 토지 소유주와 세입자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세운상가 리모델링에 이런 방식을 적용했고 앞으로 청계천 일대 재개발 사업에 모두 적용할 계획이다. 세운상가의 경우 재개발 조건으로 '토지소유주들은 기존 세입자들이 원할 경우 재개발된 건물에 (저렴한 비용으로) 재입주시켜야 한다'고 강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개발이익이 크기 때문에 토지 소유주와 세입자들이 어느 정도 이익을 공유하는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 -강남북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강북 문화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서울의 문화인프라는 선진 도시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더구나 기존 시설도 도심과 강남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들어설 문화시설은 강북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청계천 주변지역과 15개 뉴타운 지역에는 각각의 특색에 맞는 문화시설과 공연장이 들어설 것이다. 최근 잠실운동장 내에 설치된 '첨단 이동식 공연장'에서 뮤지컬 '캣츠'를 관람했는데 이런 공연장을 많이 만들어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도록 하겠다." -'서울 경제 활성화'도 올해 중점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구체적인 경제 활성화 계획이 있는지. "서울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서울을 동아시아의 금융거점 및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드는게 필요하다. 시의 계획은 여의도∼청계천∼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삼각축으로 하는 금융비즈니스 중심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국제금융센터를 만들기 위해 AIG그룹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암DMC 지역엔 국제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청계천 주변지역은 재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복합 비즈니스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가능케할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적ㆍ제도적 규제완화를 중앙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상암 DMC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체계 혁신방안에 대해 자가용 이용자의 부담을 너무 늘린다는 반발이 많다. 최소한 '자율 요일제' 참여자들에게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하는 것 아닌가. "자율요일제 참여자들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데는 적극 동의한다. 현재 자율요일제 참여 차량에는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신청할 때 우선권을 주고 있으며, 오는 2월까지 남산 1ㆍ3호 터널 통과시 혼잡통행료 징수를 면제해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세를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중앙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또 시 공영주차장 할인에 이어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요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 산하 공공시설물의 입장료 할인도 검토 중이다." -마곡지구는 대단위 개발이 가능한 서울의 마지막 땅인데 어떤 식의 개발을 구상하고 있나.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현재 송파구의 문정ㆍ장지지역과 함께 강서구 마곡지구에 대한 종합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준 상태다. 오는 9월께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참고해 마곡지구에 대한 개발 착수시기, 개발방법 등을 결정할 것이다. 마곡지구 개발에 대한 원칙은 '장기적인 도시계획 측면에서 단계적ㆍ점진적으로 진행하되 지식기반 신산업 자력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시장이 된 뒤 서울시 전반에 경영 마인드가 확산됐다는 평가가 많다. "처음 서울시에 왔더니 시민을 위해 만든 시립미술관의 문 닫는 시간이 직장인들 퇴근시간보다 오히려 빠르더라. 서울대공원은 관람객이 많은 주말에 근무하는 인원이 오히려 평상시보다 적었다. 이것이야말로 행정편의주의이고 관료주의적 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의 관람시간을 밤 9시와 10시로 각각 연장해 시민들이 퇴근 후 가족들과 볼 수 있게 했고, 서울대공원도 평상시에는 돌아가면서 쉬되 주말에는 전직원이 근무하도록 했다. 시정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처럼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면서 예산도 절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만 이런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해 7천억원에 달하는 시민세금을 절감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바람은 '청계천을 복원했다', '뉴타운을 만들었다'는 업적이 아니라 시정에 경영마인드가 정착돼 내가 떠난 뒤에도 시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박기호ㆍ오상헌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