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인 안토니 카로(80)의 최근작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헨리 무어의 제자인 카로는 50여년동안 철을 재료로 한 미니멀적인 추상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차례 개인전을 통해 소개됐던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카로가 1999년부터 3년 동안 테라코타와 목재 등을 이용해 새롭게 제작한 '야만인들(The Barbarians)'연작과 이전 추상작품들이 출품됐다. 7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야만인들'은 과거 추상조각과는 확연히 다르다. 구상적이면서 서사적이어서 보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간 조각품이다. 말 위에 오른 채 창을 휘두르거나 화살을 겨누고 채찍질하며 마차를 수행하는 모습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역동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골롬''사닥''카자르'등의 이름이 붙어 있는 야만인상은 고대 수마리아에서 훈트족 몽고족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기마민족을 형상화한 것으로 고대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의 둘째아들인 폴 카로씨는 "아버님은 어느날 운전 중 길가 쓰레기장에 버려진 체조 뜀틀을 보고 야만인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내버려진 오브제에 테라코타 가죽 철 목재를 접합시켜 고대문화에 대한 향수를 연상시키는 생명으로 재창조한 셈이다. 이들 작품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왕성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02)2124-897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