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인간이 착륙하는 역사적인 날을 고대합니다." 화성의 분화구에 내려앉아 일주일째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지표면 사진을 전송해 오는 탐사 로봇 '스피릿'을 지켜본 재미 한국인 과학자 정재훈 박사(57)의 감회에 젖은 소감이자 소망이다. 그는 이번 화성탐사선에서 골프카트 크기만한 스피릿이 영하 수십도의 표면에서도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로봇 몸체와 중요기기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열 조정 장치를 개발,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슈퍼맨 제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정 박사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스피릿이 전송해온 흑백사진 60여장을 봤으며,인류 과학기술의 발전에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부인 및 두 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후 줄곧 테이코 우주개발사에 몸담아 왔다. 신문 광고를 보고 찾아가 1주일만에 도면 그리는 일을 시작한 이래 7년만에 부사장,23년만인 2000년 11월 사장 자리에 올라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했다. 정 박사는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공중폭발 참사 후 NASA에 '우주왕복선 균열방지용 특수 열가열 장치'란 개발품을 출품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가 이끄는 테이코 우주개발사의 개발품은 97년 화성에 안착한 '소저너'는 물론 99년 착륙하려다 실종된 MSP 98 랜더와 오는 24일 지표면에 내려앉을 쌍둥이 화성탐사선 오퍼튜니티에도 장착됐다. "우주 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기술 혁신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응용되고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화성 탐사의 의의는 실로 크다고 볼 수 있겠죠." 스피릿호가 보내온 사진들이 97년 소저너호가 전송해온 사진과 유사하다는 그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화성 탐사의 의의는 크지만 수분 탐지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현재 NASA가 채택한 정 박사의 개발 아이디어는 두 건이나 더 있다. 그는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 공중폭발 이후 외부연료통의 열보호장치 개발을 맡고 있고, NASA존슨우주센터가 주관한 컬럼비아호 본체 보수작업 개발팀에도 참여 하고 있다. 한국의 우주과학에 대해 그는 "많은 젊은 과학도들이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