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AT커니는 지난해 9월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발표한 각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뢰지수'에서 인도를 6위에 올려놓았다. 2002년 15위였던 인도는 3점 만점에 1.04점을 받아 한꺼번에 무려 9계단을 뛰어올랐다. 1위는 중국(1.97)이 차지했으며 한국은 18위에 랭크됐다. AT커니 외에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경쟁력 보고서에서 인도를 '최고의 기술보호체제를 갖춘 국가'로 평가했다. 또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인도를 투자최적지중 하나로, 미국 상무부는 '투자수익 회수가 쉬운 나라'로 손꼽았다. 투자환경에 대한 각 기관 및 국가의 호평이 이어지자 인도 정부는 한껏 고무됐다. 현지 관리들은 "드디어 인도가 IT(정보기술)와 콜센터 등의 업무지원(BPO)산업은 물론 제조업에서도 본격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며 환호했다. 특히 외자유치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상공부의 한 국장은 "외자유치를 바탕으로 2004 회계연도(2004년4월∼2005년3월)에는 인도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좋은 뉴스"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인도는 자유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지난 91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총 7백70억1천2백만달러(1만6천7백46건) 규모의 FDI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43.92%인 3백38억2천4백만달러가 실제로 유입됐다. 중국의 4천8백82억4백만달러(2003년9월까지의 누적총액)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이 10여년 이상 앞선 지난 79년 개혁개방에 나섰다는 점과 인도의 약 2배에 이르는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인도의 FDI 유치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은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바네지 재무부 경제국장은 강조했다. 인도의 외자유치 업무는 외국투자촉진위원회(FIPB) 외국투자실시청(FIIA) 산업지원국(SIA) 등에서 맡고 있다. 중심축은 FIPB다. 지난 91년 생겨난 FIPB는 재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정부 부처간 입장을 조율하고 인도 기업과 정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을 한다. 바네지 국장은 "FIPB에선 '개방과 자유(open & liberal)'라는 인도 정부의 외자유치 원칙에 입각해 일주일에 50건 정도의 FDI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간은 더 적극적이다. 수닐 칸트 문잘 인도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경제발전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FDI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도 정부와 업계는 시장개방의 수준을 높이고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거의 매주 투자유치 사절단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며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영국은 물론 심지어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에까지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 붙잡기'를 두고 벌이는 인도 주(州)정부간 경쟁도 뜨겁다. 지난 91년 시장개방정책으로 전환한 중앙정부가 각 주에 폭넓은 경제권을 부여함에 따라 주 정부들은 독자적인 경제개발 및 산업화정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FDI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손재문 부장은 "지난 97년 첸나이에 공장을 준공한 현대자동차도 당시 여러 주 정부에서 러브콜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도 상공부 한 관계자는 "FDI는 돈뿐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도 함께 들여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 정부들이 앞다퉈 '외국인 투자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가 첸나이에 공장을 세우면서 근처 인도 기업들은 과거에 생각할 수 없었던 각종 자동차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인도 여론조사기관인 BT갤럽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 31개주 가운데 투자환경이 가장 좋은 5개 주로 마하라쉬트라 안드라프라데쉬 카르나타카 구자라트 타밀나두가 뽑혔다. 또 장래 발전가능성이 높은 3개 주로는 하리야나 우타르프라데쉬 서벵골이 꼽혔다. 아디티야 무케르지 네루대 교수는 "인도가 FDI를 통해 제조업 발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되면 분단국가(한국 대만)와 도시국가(홍콩 싱가포르)인 아시아 네마리 용을 뛰어넘어 중국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델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