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의 가계 대출 만기 도래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거나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가계 대출이 우리 경제에 큰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가계 대출은 모두 252조8천226억원(주택담보대출 152조6천865억원 포함)으로 이 가운데 40조원 안팎이 금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대출은 1999년 말까지만 해도 91조9천억원에 불과했으나 2000년 말 115조6천억원, 2001년 말 160조7천억원, 2002년 말 222조2천억원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2000년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가계 대출의 만기가 올해에 대규모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의 만기 도래 추정액 28조원 안팎을 크게 웃도는 내년에도 올해와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되고 있으나 하락 폭이 크지 않아 가계 대출에서 당장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으나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거나 소득이 줄고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지면 부실이 커질 수 있어 정부나 은행권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수출 활황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것은 이미 가계의 부채 부담 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가계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경기가 회복돼 일자리와 소득이 증가해야 하는데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서민층의 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상황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가 이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가계 대출 만기 도래액이 갈수록 커지면서 연체율 상승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자은행권도 비상 대책을 마련하는 등 '소프트 랜딩(軟着陸)'에 힘을 쏟고 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는 한 내입(만기시 10∼20%를 상환받고 연장해 주는 것) 없이 대출 당시와 같은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고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아니거나 담보 자산의 가치가 살아있는 한 내입 없이 적극적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경기 회복 부진 등으로 가계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리한 상환 요구는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데다 마땅한 자금 운용 수단도 없어 신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고객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오히려 만기가 짧은 기존의대출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