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주변을 돌아보며 작은 일에라도 먼저 손내미는 건 시민사회 구성원의 첫번째 덕목이자 상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선 남을 배려하고 보이지 않게 마음을 써주는 일은 보기 힘들고,멋대로 행동하면서 제 잇속만 차리거나 거창한 구호를 앞세워 선동을 일삼는 경우가 늘었다.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왔다갔다 떠들고, 목욕탕에서 물장구를 쳐도 그저 바라만 보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거리나 엘리베이터에 담배꽁초를 내던지고 화장실에 침뱉고 아무데나 주차시켜 길을 막는 사람도 허다하다. 되도록 땀 흘리지 않고 남의 눈치 안보고 사는 걸 능력으로 치부하고,잘못하다 걸려도 '재수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일도 흔해 보인다. 왜 이렇게 됐는지 꼭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건 존 듀이의 말처럼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자라는 동안 듣고 본 주위의 사고와 행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 가치관 태도를 습득하고 이를 모방ㆍ변형하면서 지적 도덕적 정서적으로 성장한다는 얘기다. 결국 '괜스레 남 생각한다고 나섰다간 손해보기 십상'이라거나 '눈에 잘 안띄는 일은 해봤자니 일단 큰소리를 내야' 한다고 여기는 사회 전반의 풍토가 작용한 결과라고나 할까. 부산시 교육청이 올부터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3F운동'을 편다는 소식이다. 3F란 '나부터(From I),지금부터(From Now),작은 일부터(From Small)'의 줄임말로 '내가 먼저 작은 일부터 실천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조용히,차례차례,예의바르게!'를 내걸고 '남에게 폐 안끼치는' 넉넉하고 따뜻한 심성을 기른다는 것이다. 교육은 삶의 모든 단계,모든 장소에서 이뤄진다. 되도록 힘 안들이고 남의 노력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가정과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벌이는 학교의 3F운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일찍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작은 일과 실천의 소중함,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솔선수범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