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거 차입금 상환에 나서면서 12월중 은행 기업대출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가계대출은 2조원 늘어나 전월보다 증가폭이 조금 커졌으나 연중 증가규모는 전년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대출이 각각 4조4천억원씩,모두 8조8천억원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지난 97년12월(9조2천억원 감소)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기업어음(CP) 발행도 줄어 지난 한 달 동안 4조원의 순상환(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상태)을 나타냈다. 한은은 "수출 호조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기업들이 연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금을 대거 상환한 데다 은행들도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 대출로 인한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우려해 대출에 소극적이어서 기업대출 감소폭이 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 가계대출은 12월중 2조원 불어나 전월(1조6천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4천억원 확대됐다. 가계대출중 주택담보대출이 집단대출 위주로 2조1천억원 늘었고 전달 감소했던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가계대출은 연간 기준으로 전년(61조6천억원)의 절반 수준인 30조6천억원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전년(45조5천억원)의 45% 수준인 20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한은은 M3(총유동성) 증가율이 정부부문을 통한 통화공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11월 5.2%(잠정)에서 12월에는 5% 중반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