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에 대한 관가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기획원(EPB) 전성시대'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청와대 정책실장에 내정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는 청와대 정책실을 옛 EPB 출신들이 완전 장악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 장관에 앞서 권오규 정책수석, 김영주 정책수석비서관, 김성진 산업정책비서관 등 정책실 내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인사들은 모두 EPB 출신이다. 권 수석은 옛 기획원에서 경제정책국장, 김영주 비서관은 재정기획국장, 김성진 비서관은 예산총괄과장 등을 지냈다. 이런 상태에서 정책실의 수장자리가 EPB 출신으로 예산처 예산실장을 지낸 박 장관에게 돌아갔으니 '전성시대'라 불러도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정책실의 위상 변화와 연관돼 있다는게 청와대 주변의 해석이다. 노 대통령은 당초 청와대를 설계하면서 정책실을 노무현 정부의 이념과 정책을 생산하는 아이디어 뱅크로 규정했으나 지금은 정책조정 기능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모든 부처의 업무를 두루 이해하고 있고 조정능력을 갖춘 옛 기획원 관료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감사원장에 역시 EPB 출신인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임명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기획예산처 내부도 마찬가지다. 다른 부처들은 대부분 이번 정부 들어 장ㆍ차관으로 외부에서 인사가 오거나 의외의 발탁인사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예산처만큼은 조각 당시 EPB 출신인 박 장관과 변양균 차관이 예상대로 승진했고 이번 인사에서도 'EPB맨' 김병일 전 차관이 장관으로 내정됐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