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테크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저금리 기조와 이에 따른 시중 부동자금의 증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각 금융기관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상품을 개발해 부동자금을 흡수하는데 노력했다. 올해 나온 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투자형 상품이다. 저금리시대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재테크 생활자들의 요구에 맞춘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주가연계형 상품, 해외펀드, 리츠형 부동산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비과세와 소득 공제가 가능한 장기주택마련 저축도 꾸준히 주목을 받았고 세대별 혹은 레저형 상품, 골드뱅킹도 호응을 얻었다. 시기적으로 구분해 본다면 상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부동산 투자상품이 발매를 시작해 순식간에 판매 목표치가 마감되는 등 기대 이상의 각광을 받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시중 실세금리의 상승으로 예금금리가 소폭이나마 오름에 따라 저축성 예금과 같은 확정금리 상품으로 시중자금이 몰렸다. 물론 올해 최고 인기상품은 원금이 확실하게 보전되면서 주가상승에 따른 투자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주가연계형 상품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올 금융상품의 또다른 추세는 각종 상품간의 특성을 혼합한 '퓨전형 상품'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올 8월 방카슈랑스(은행 증권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 시행 이후 예금에 가입하고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던 고객들은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보험 상품을 선택,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금융상품 외에도 금융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도구로 '웰빙(Well-being)족'을 대상으로 한 금융자산종합관리 시스템의 등장도 주목을 끌었다. 금융자산종합관리 시스템이란 인터넷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금융기관을 상호 연결해 개인적인 자산, 부채관리와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아직까지는 특정 부유층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까닭에 많은 재테크 생활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지만 이용자들의 거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만 보완될 경우 내년에는 사이버 금융상품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 사회의 급진전으로 노후설계형 상품도 많이 출회됐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선진형 보험이라고 일컫는 치명적 질병보험(CI)을 앞다퉈서 발매했고 손해보험회사들은 장기 간병보험을 개발, 판매에 나섰다. 손보사들이 사고보장 운전자를 제한하는 대신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부부한정 특약, 1인한정 특약 자동차 보험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요구해 부응했다. 카드회사로 봐서는 2003년은 '질곡(桎梏)의 한 해'였다. 그런 만큼 각 카드사는 타깃마케팅, 특화된 서비스, 독특한 디자인을 부각시키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특히 여행ㆍ레저 특화카드와 우량고객확보 전략이 돋보였고 적립포인트 활용폭 확대 등을 통해 실질적인 서비스의 질도 강화됐다. 또 투명, 미니, 야광, 입체카드 등 디자인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신상품도 대거 출시됐다. 2004년에는 어떤 금융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인가. 한마디로 모든 금융기관들은 금리, 주식, 환율 등의 변동성을 활용한 파생상품과 퓨전형 상품을 적극 개발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가지수 연계예금을 통해 재미를 본 시중은행들은 내년에는 해외주가와 연계시키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금리가 올라갈 것에 대비해 이자지급식 장기형 주식상품이나 예금상품을 금리상황에 맞춰 변동금리나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는 금리파생상품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과 카드회사들도 본격적인 방카슈랑스 시대를 맞아 외부환경 변화와 고객요구에 맞춰 은행과 카드, 보험을 종합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두 차례에 걸친 유동성 위기를 힘겹게 넘긴 카드회사들이 내년에는 어떤 신상품을 내놓아 재테크 시장을 공략해 나갈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