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오필리어, 데스데모나... 중진급 안무가 박명숙(경희대 교수)의 서울현대무용단이 오는 30(오후 7시30분),31일(오후 5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보일 갖가지 '이브'의 모습들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멕베스' '오셀로' '리어왕' 등의 여자주인공들인 줄리엣, 오필리어, 맥베스 부인, 데스데모나, 코딜리어등을 모티브 삼아 여성의 존엄성, 혹은 남성 이데올로기에 의한 폭력의 비극성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 자신을 불신하는 남성에 대한 무기력한 반응과 저항, 권력에의 지향, 그리고 구원에 이르는 여성의식의 다양성과 변모과정을 빛과 어둠, 흑백과 원색의 대비, 극적 긴장감과 다양한 현대무용언어를 결합시켜 표현주의적 색채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에덴 동산에서 추방당한 이브는 탐욕과 쾌락의 누더기를 걸치고 무기력과 침묵,절망으로 오늘을 배회한다. 그녀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울부짖는 줄리엣이며,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오필리어이며, 욕망과 불신으로 성난 황소의 난폭함 앞에 몸을 웅크린 데스데모나이다. 그녀의 꿈과 사랑은 이미 더러워진 손수건, 찢겨진 면사포이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소재로 택한 데 대해 안무자 박명숙은 "동서고금을 뛰어넘는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이 남성주의에 함몰된 대표적인 경우로, 남성중심적관념의 틀 속에서 희생돼 결국에는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되는 여성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무자는 또 "일상에서 출발해 섬세하게 발전해가는 동작들은 셰익스피어 여인들의 원래 성격들과 어우러지고, 남성무용수들의 화려한 테크닉은 리듬과 함께 공간적 완성을 이루어갈 것이다. 아울러 갖가지 재료를 꼴라주 기법으로 섞어가면서 쉽고 솔직하게 풀어간 전개방식은 현대무용의 난해성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작품은 '프롤로그(파티)' '여자의 정원' '미친 여자' '시간으로 조각난 꿈' '루머 오브 이브' '토마토에 취한 여자' '에필로그(사막의 여인)'의 장면들로 이어지면서 이브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서울현대무용단원들인 김영미 박해준 이현수 최경실 김수영 등 쟁쟁한 멤버들이출연한다. 입장권 R석 2만원, S석 1만2천원. ☎1588-7890(티켓링크), 단체예매 961-0398,011-615-4561.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