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3백50여개 협력업체에 시설투자자금 8천7백5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하는 등 향후 5년간 모두 1조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나눔 경영'을 실천함은 물론 협력업체와의 동반 발전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삼성은 사출 프레스 금형 전기 기구 등 집중 육성이 필요한 5개업종을 지원대상으로 정하고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지원책을 펼칠 것이라고 한다. 협력사가 추천하는 1만3백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사출 성형 3차원CAD(컴퓨터지원 설계) 6시그마 교육을 시키는 등 교육노하우도 제공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50여명의 차세대 경영자를 인턴사원과 계약직으로 채용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하는 등 협력업체 경영자들의 자질 향상에도 적극 나선다. 생산 품질 설비 경영혁신 등 핵심분야 전문가 1백여명으로 '협력회사 지도팀'을 구성해 경영컨설팅도 해주기로 했다. 삼성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협력업체 육성에 나서는 것은 급증한 이익을 중소기업 지원에 투입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기업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때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 기술 및 기업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만큼 협력업체 육성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생겼다는 자신감마저 묻어나온다. 사실 삼성이 아무리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 글로벌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만큼 나눔경영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일부 분야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기초기술이 턱없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더욱 의미가 크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동안에도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영지원을 완전히 외면해왔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치의 숨돌릴 틈조차 허용되지 않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 한 몸 추스르기조차 용이치 않았던 탓에 원가절감이나 부분적인 품질개선 등 일부 분야에만 머물러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은 얼마전에도 4천3백가구에 달하는 전국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매달 20만원씩의 생활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삼성이 기폭제가 돼 나눔 경영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돼 나가고 유난히 강한 우리나라의 반기업정서도 눈녹듯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