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소비자대상을 받거나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상품ㆍ서비스를 통해 본 2003년 소비 키워드는 무엇일까. 돈과 부, 현실로부터 도피,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 웰빙(well-being) 추구…. 올 한해 소비시장의 큰 줄기를 이룬 키워드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네티즌 1만3천4백명과 전문가 50여명의 평가 결과를 합쳐 10대 히트상품을 선정한 결과 이들 상품을 뭉뚱그리는 키워드를 이같이 꼽았다. ◆ 돈과 부 돈과 부에 대한 열망은 소비자대상과 히트상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로또 열풍과 재테크 서적 붐이 이런 열망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인생역전을 모토로 등장한 로또는 거액의 당첨금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대박 신드롬을 조성했다. '나의 꿈 10억 만들기' 등 부와 관련된 서적들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다. 평범한 샐러리맨도 다양한 재테크를 통해 10억원을 쥘 수 있다는 꿈을 불어넣은 게 '10억 만들기'류의 책들이 성공한 요인이다. 예년과 달리 렉서스 등 고급 외제차가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한 것은 소비 양극화의 산물로 볼 수 있다.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외제차 소유가 확산되는 추세가 반영된 것. ◆ 현실로부터 도피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지루하게 계속되는 정쟁과 불경기, 사회혼란상도 상품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복잡한 현실로부터 벗어나 과거 세계에 몰입케 하는 '대장금'류의 퓨전사극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것도 답답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아예 먼 이국으로 떠나버리는 이민상품도 전례없는 빅 히트 대열에 끼였다. TV홈쇼핑을 통해 소개된 캐나다 이민상품은 판매 즉시 매진되는 이상열기를 불러일으켰다. ◆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확산 카메라폰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포토상품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고성능화, 컴팩트화와 경쟁적인 가격인하에 기인한다. 10대, 20대를 중심으로 얼짱,합성사진 만들기 등이 유행하면서 스스로 창조해 또래와 공유하는 디지털 포토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고성능과 다기능으로 무장한 신가전 제품들이 새로운 유망품목으로 떠오른 것도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확산의 결과다. 빌트인 가전, PDP TV, 드럼 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그 사례다. 최근에는 로봇청소기와 같은 미래형 하이테크 상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웰빙 추구 미래에 대비, 건강과 지식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도 상품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사례는 다양하다. 유기농 야채나 검은콩 음료와 같은 웰빙 식품이 출발점이다. 이젠 웰빙 화장품, 웰빙 의류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먹거리만 있는게 아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추구하는 명상, 요가, 단전호흡, 다이어트 등도 웰빙 조류의 하나다. 인터넷 지식검색 서비스와 지하철 무료신문도 올해 눈길을 끈 상품으로 꼽힌다. 지하철 무료신문은 '메트로'가 불을 당긴 후 '포커스' 'AM7' 등으로 이어졌고 내년 초에도 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포털 사이트들이 지식검색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해 기존 매체가 다루지 못하는 폭넓은 지식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 미국 일본의 히트상품 조류 미국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여성용 면도기, 쾌속조리 오븐, 주문청취 위성라디오, 하이브리드 승용차, HDTV 비디오 레코더 등을 올해 베스트상품으로 선정했다. 첨단 기술과 모바일을 강조한 제품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래 소비를 주도할 키워드로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로하스란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의미하는 것으로 웰빙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로하스 소비자는 6천8백만명 정도로 미국 성인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이 선정한 올해 히트상품 1위는 디지털 전자제품이 차지했다. 패널TV와 DVD레코더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2위는 도쿄 중심부의 재개발 복합상업시설인 '록본기 힐즈'와 18년동안 만년 꼴찌를 하다 올해 재팬리그 우승을 차지한 '한신타이거스' 야구단이 차지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