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22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위한 첫 협상에 들어감에 따라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협정에 이어 두번째 FTA를 본격추진하게 됐다. 정부는 내년 1월 싱가포르와도 FTA 협상을 시작하는데 이어 한.멕시코 FTA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복수 FTA 동시 추진'이라는 방침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칠레 FTA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피해산업계나 시민단체의 반대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FTA 협상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상 의미와 전망 = 한.일 FTA는 무엇보다 중국과 함께 동아시아의 주요국인한국과 일본이 최근 확산일로에 있는 지역주의 체제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84개의 FTA가 체결돼 있고 자유무역협정에 의한 교역이 전체 교역의 45%가 넘어 조만간 세계 교역의 절반 이상을 FTA 교역이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거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지역은 각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의 결속을 통해 역내 교역을 강화하고 있어 역외국가들의 시장진입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한.일 FTA는 또 우리나라로서는 첨단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선진국과의 첫 FTA일뿐 아니라 한.중.일 FTA 등 동아시아로 협정을 확대하기 위한 디딤돌로서의 의미도 있다. 정부는 한.일 FTA가 양국간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를 한단계 끌어올려 공동번영을 이끌어내고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정착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미에 비해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모은다. 내수 및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기계, 전자등 분야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해 관련 업계로부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제외적인 면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다. 양국관계가 과거에 교과서 왜곡발언, 일본 정치인 망언 등 정치, 외교 면에서의급작스런 변수 때문에 냉각됐다 풀어지는 일이 자주 반복돼온 점을 감안할 때 FTA협상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많이 성장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서로가 상대를 존중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경제문제는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FTA 효과 = 두나라 사이에 FTA가 맺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한국의 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비경합 산업은 긍정적인 효과를기대할 수 있다는 게 한.일 FTA에 대한 연구결과다. 따라서 섬유,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반면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자동차, 기계, 전자 등에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예상된다. FTA가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을 보면 자동차의 경우 현행 완성차 관세가한국이 8%, 일본은 무관세여서 관세철폐는 일본 차의 한국수출 증대를 가속화시키겠지만 한국 차의 대일 수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철폐 이후 이미 도요타 등 일부 일본 완성차의 한국시장 진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세철폐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한꺼번에 수입이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관세를 한꺼번에 없애면 일본차 수입이 급증해 향후 10년내 한국의 수입차 시장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 분야는 현재 일본의 일반기계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거의 제로 수준인데다 별다른 비관세장벽도 없어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따른 국산제품의 대일 수출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관세율은 7.5%로 기종에 따라서는 대일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클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한국의 대 일본제품 관세율이 8.0%, 일본의 한국제품 실행관세율은 0.8%에 그쳐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 면에서 일본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태. 경합분야의 경우 무차별적 가격경쟁이 우려되는 컴퓨터 완제품은 관세가 없어지더라도 브랜드 문제와 제3국과의 경쟁으로, 통신기기는 규격차이 및 기술장벽 등으로 대일 수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도체는 정보기술협정(ITA) 등으로 관세가 폐지된 품목이 전체의 60%인데다 한국은 메모리, 일본은 비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재료의 특화구조가 굳어지고 있어 관세철폐가 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FTA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기술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 일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일본 및 제3시장 개척이 필요하며, 생산성 향상과 신규 무역창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