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12월 17일,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직접 만든 동력비행기로 12초동안 나는 데 성공,새처럼 하늘을 날고픈 인간의 꿈에 시동을 걸었다. 형제는 이 사실을 신문사에 알렸으나 편집자는 무시했다. "인간은 날 수 없고,설사 그런 묘기를 부렸다 해도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항공기술은 나날이 발전했고,1,2차 세계대전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1차 대전중 듀랄루민을 사용한 가볍고 튼튼한 비행기가 등장했고,37년 개발된 제트엔진은 프로펠러비행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혁명을 일으켰다. 47년 로켓엔진을 장착한 시험항공기 X-1이 음속돌파 비행에 성공했고 61년엔 음속 3배짜리 군용기가 나왔다. 70년 5백50명을 태우는 점보여객기 보잉747이 태어났고,89년엔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기가 날았다. 신소재 및 컴퓨터기술의 발전은 지금 이 시간에도 비행기의 규모 형태 기술을 무섭게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날개 길이만 축구장 절반 크기라는 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이 2006년 운항 예정으로 마무리단계라는 가운데 박쥐만한 초소형 비행기,수직 이착륙 전폭기,원격 조종 무인 전투기 등장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재연소장치를 이용해 경제성을 높인 터보램제트 엔진,속도와 환경에 따라 날개가 바뀌는 형상변화기 개발도 한창이라고 알려져 있다. 17일 일본 혼다에서 개발한 6인용 소형제트기가 실험 비행에 성공했다는 보도이고 보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비행기차를 타고 다닐 날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첫비행 1백년만에 실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셈이다. 세계 각지에서 첫비행 1백주년을 기념하는 가운데 17일엔 미국 키티호크 근처 킬데블 언덕에선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호와 같은 모형으로 날려던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이다. 계획은 실패했지만 행사엔 부시 대통령도 참가해 첫비행의 의미를 되새기고,비행기로 지구 궤도를 일주한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은 "중요한 건 젊은층이 꿈을 펼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98년 세계 12번째로 초음속 항공기 생산국가 대열에 들어선 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거니와 앞으로 1백년동안 펼쳐질 항공역사엔 우리도 앞줄에 섰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