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당선 1주년을 맞지만 386 핵심참모진을 비롯해 최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구설수에 오르며 낙마하거나 구속까지 되면서 청와대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다. 함께 대선레이스를 뛰었다 분당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관계가 냉랭하기 그지 없는데다 일부 참모에 대한 검찰수사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청와대 분위기는 이래저래 뒤숭숭하다. 윤태영 대변인을 비롯한 비서실 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노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냈던 제1부속실의 여택수 행정관의 썬앤문 자금 3천만원 수수,이 회사 문병욱 회장의 청와대 식사 초청 등의 사실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모두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거나 "확인할 입장이 아니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여 행정관은 18일까지 정상 출근했으며 노 대통령도 이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당선 1년째,노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업무에는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다. 이 와중에 최측근의 몰락은 이전 정부 초기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여 행정관 의혹 건에 앞서 '우(右)광재 좌(左)희정'으로,동업자로 불리기도 했던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도 1억원 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앞서 수차례 불법자금 의혹에 대해 "절대 그런 일 없다"던 그였기에 청와대 주변의 충격은 더 컸다. "노 대통령과 수시로 식사도 한다"며 총선을 준비 중이던 안희정씨 역시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던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은 대선 직후 SK에서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양길승 제1부속실장도 청주에서 부적절한 향응을 받았다가 같은 신세가 됐다. 공직에 들어서지 않았던 측근 가운데도 구속되거나 잇달아 구설수에 오른 이들이 있다. '군기반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가 '사설 부통령'이란 비난을 받았던 강금원 창신섬유 대표나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처럼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불명예스럽게 낙마하거나 의혹과 구설수에 휩쓸리자 다른 비서진들의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인다. 비단 검찰수사 때문만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 대통령이 조직과 인사를 대규모로 개편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에 결말나기로 했던 청와대 비서실의 개편안은 내부의 논란속에 이번 주를 넘기고 빨라도 다음 주에야 결정되게 됐다. 한 관계자는 "386 참모진의 대거 교체나 보직순환 가능성이 있다"며 "윤 대변인 등 몇몇만 빼고는 전원 교체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당초 1∼2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수석·보좌관급 인사들에 대한 교체폭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