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건물 공매권을 가진 예금보험공사의 직원과 결탁해 수의계약 형태로 건물을 넘겨받아 사무실 등의 분양 대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6일 파산건물 공매입찰 과정에서 입찰정보와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돈과 향응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전(前) 예금보험공사 파산부동산 담당 계약직 검사역 한모(53)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한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손모(40)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속칭 `꺽기'로 대출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고 손씨에게 수십억원씩 대출해준 혐의(부당이득)로 모 상호저축은행 은행장 황모(69)씨 등 상호저축은행 은행장 3명에 대해서도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해 5월 예보공사가 공매하는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전 S상호신용금고(시가 380억원 상당)의 입찰 과정에서 한씨에게 접근해 현금 2천만원과 향응을 제공한 뒤 이 건물을 139억원에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또 건물 인수비용으로 쓰기 위해 3개 상호저축은행에서 182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개발이익금' 명목으로 16억원을 `꺽기' 형태로 이들 은행에 제공한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손씨는 작년 6월부터 건물상가와 오피스텔을 분양하면서 방모(57.여)씨 등으로부터 이중분양 등의 수법으로 118억여원의 분양금을 받아 챙기고, 공사비 지급 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14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손씨는 한국토지신탁에 건물을 신탁등기할 경우 분양 계약자들이 압류조치를 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뢰가 커질 수 있는 점을 악용,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신탁등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손씨는 분양 이익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폭력배를 동원해 실제 이 건물을 낙찰받은 J 건물분양사의 이모(36) 사장을 협박해 사장직을 빼앗은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분양 계약자 180여명이 분양 대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한국토지신탁은 각종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한 인상이 짙다. 분양이 잘못되더라도 건물을 팔아 대출금 등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관행 때문에 분양대금 횡령 방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상호저축은행들이 개발이익금조로 16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해당은행 관계자는 "16억원은 개발에 따른 위험 때문에 개발이익과 이자 선취금 등으로 받은 정상적인 금융거래 수수료였으며 금융감독원 감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