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한 2차 공판은 송 교수의 학문적 배경과 사상을 소개하는 한편의 강연을 방불케 했다. 송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1시간여 동안 내재적 접근법, 경계인 등 자신의 학문체계가 북한의 찬양 내지 선전으로 비치는 현실에 대해 예리한 비유와 함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내재적 방법론은 한국의 자생이론 20위에 들 만큼 해방 이후 우리 사회를 평가하는 학문적 방법 중의 하나"라며 "이는 소련과 중국으로 양분된 경직된 사회주의 이론과 달리 경험적 통계와 비교사회주의를 강조하는 학문이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방법론"이라며 "내가 이 법정에 서있다는 점은 남한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현실이 어떠한지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또 "북한을 방문한 것은 내재적 접근법에 따라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 비해 공개자료가 부족했던 북한의 자료를 직접 받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주체사상의 폐쇄성, 수령론의 한계를 지적, 눈길을 끌었다. 송 교수는 `경계인'을 기회주의자로 폄하하는 일부 시각을 의식한 듯 "한국 사회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논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며 "죽순으로 연결된 대나무 하나가 죽으면 대나무밭 전체가 죽어버리듯 `틈'과 `중간'을 고려하는 마음이야 말로 21세기 무한한 창의성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진리와 허위를 가리는 학문의 코드를 적법과 불법을 기준으로 하는 법의 코드에 맞추려는 것은 `중세식 마녀사냥'이자 '히틀러식 분서갱유'"라고 불만을 토로했으며 "검찰이 학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내용을 트집잡아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열을 올렸다. 송 교수는 덧붙여 "검찰이 나를 기소할 때 내가 김일성을 아직도 존경한다고 전해졌는데 나는 김일성의 항일운동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한 것인데 검찰에서 잘못 전달해서 그런 것"이라며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송 교수는 "오디세이가 자신을 꼬드기는 사이렌의 유혹을 벗어나 조국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에 묶었다"며 자신을 오디세이에 비교한 뒤 "나 역시 독일에서의 성과에 자족하지 않는 심정으로 분단된 조국에 대한 관심속에서 37년을 살았다"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변호인이 송 교수를 `피고인'이 아닌 `송 교수'로 부르자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공판 때도 피고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고 항의했으나 변호인은 "우리는 송 교수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공판이 시작된 직후 검정색 양복 차림의 송 교수가 법정으로 나오자 일부 방청객이 응원의 박수를 쳤고, 이에 자신을 국가유공자로 소개한 한 남성은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내다 재판부의 퇴장명령을 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