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1월중 청년실업률은 8.0%로 예년보다 높은 것은 물론 내년 초엔 9%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실업자수는 39만4천명으로 전체 실업자수 79만2천명의 절반을 넘는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2003년도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59.3%로 나타났다.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중인 자발적 실업자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경상계열의 취업률이 60% 미만이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이 3.4%인데 비해 특히 고학력 중심의 청년실업률이 2배 이상 된다는 건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암담한 일이다. 고학력 실업자의 양산은 4백만명에 가까운 개인 신용불량자와 함께 앞으로 우리 사회에 큰 짐이 될 것이다. 대학생들이 취업에 과잉 기대를 하고 있고 일부 산업에 인력부족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노동 수급상의 마찰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구청의 환경미화원에까지 대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견해는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은 신규채용이 적기 때문이다.정치사회 환경이 불안해 기업 신설과 투자가 정체되고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문제의 근본이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것은 실업자 개인의 생계문제 만이 아니라 기업 자체에서도 새 인력의 수혈이 부족해 장기적으로 생산성의 정체가 일어나고 결국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의 전통적인 기업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와 같이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부에 청년실업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게 첫째 원인이다.아니 문제의 원인을 잘못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최근의 정부정책을 보면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처별로 각 방향으로 전개해 구심점이 없다.최근 발표한 노사관계 선진화위원회의 의견도 노동자와 사용자가 모두 반대하는 의견이 되고 말았다.노사간 기본적 신뢰가 없는 제도는 아무리 이상적이라 할지라도 합리적인 운용을 하기 어렵다. 동북아 허브의 중심이 된다는 특별구에 외국기업을 유치한다면서 병원과 학교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둘째,기업적 요인으로 기업가에게 경영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노조결성률이 전체 기업의 12% 밖에 안되는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가장 전투적인 노조로 비치고 있어 해외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꺼리는 근본 이유 중 하나다.각종 노동 관계 법률은 고용의 유연성이 없어 신규채용을 꺼리게 만들고 있고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 과격한 노동운동으로부터 전환한 이후 80년대의 장기 번영을 누렸던 것을 기억해보자. 셋째, 경제성장의 지속적인 조건은 높은 수준의 교육에 의해서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 기술과 경영혁신을 계속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제1위일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높다. 교육제도는 이를 활성화하지 못한 채 하향 평준화에 몰두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취업이 잘되는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학은 졸업생이 국내에서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해외기업으로 직접 취직할 수 있을 만큼 국제경쟁력이 있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학벌 위주 사회를 타파한다고 고등학교 교육에서 실패한 평준화를 대학에까지 요구하는 것은 같이 망하자는 것이다. 이제 교육개혁은 공급자인 교육부서나 교육자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나서야 한다.교육개혁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정당성을 갖춘 개혁 추진체제가 갖추어 져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볼때는 이상적일 뿐이다. 특히 교육정책 책임자가 계속 바뀌는 현실도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경제성장의 기반을 구성하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이들에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한다. 과거 최빈국에서 우리가 이 만큼이라도 살게 된 것은 잘 살기를 바라는 희망과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의지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