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문제로 2개월째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또다시 '정계은퇴 용의'까지 언급했다. 지난해 '노무현 후보'측의 불법 자금이 한나라당에 비해 훨씬 적고 검찰수사에 편파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또 "내년 총선 후 큰 틀의 대 전환을 모색하겠다"며 "그 때 새로운 상생(相生)과 화합의 정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해 '총선 후 구상'이 주목된다. 다음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뤄진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회동 결과 분야별 요지. ◆대선자금 수사=노 대통령은 "지금 모두에게 어렵고 고통스럽운 시기"라며 "분명한 것은 유·불리,호·불호를 떠나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 정신의 흐름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도 이것을 멈출 수 없고 만들어낼 수도 없다"고 지적,"어느날 불거져 굴러가고 있으니 이런 시련이 선순환의 계기가 되도록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자금 문제는 먼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경제를 고려해 빨리 매듭짓자"며 "각국의 경제가 살아나는데 우리는 어려우니 정치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제인이 관여되는 것이 나오면 확인하는 정도로 그치자"고 끄집어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얼굴을 들기 힘들고 책임을 지겠다"고 운을 뗀 뒤 "말할 자격은 없지만 공정하지 않고,투자여력이 있는 기업들을 계속 불러대는 것은 문제이며,조사를 공정히 빨리 끝내고 정치가 모든 책임을 지자"고 말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도 "민생 경제가 국정의 최대 과제이고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전제,"이회창 총재와 노 대통령 모두 고해성사를 하고 측근 비리에서도 아는 대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원기 의장만 "경제계 수사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계를 보호하려는 정치적 고려는 검찰 상황이나 국민정서로 볼 때 오히려 반작용이 예상된다"며 반대했고 노 대통령도 동조했다. ◆재신임과 열린우리당 입당=조 대표가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났다"며 재신임은 철회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 입당도 헌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도 "국민투표는 위헌"이라고 말했으나 "입당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와 김 총재도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도 '국민투표 불가'에 동의하면서 "저나 주변수사가 마무리되면 최종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파병과 국정쇄신=조 대표는 앞서 노 대통령이 국회 이라크조사단과의 접견에서 "경제적 이득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김 총재도 이와 관련,"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파병은 한미관계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과 지위와 같은 명분때문에 가는 것이지 눈앞의 건설사업을 챙긴다거나 하는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 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1시간46분간의 회동중 파병문제는 20분만에 의견이 모여 가닥이 잡혔다. 한편 조 대표는 또 "(장관은) 2년을 보장한다더니 왜 (열린우리당으로) 징발 애기가 나오는가"라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정치공방에 시달려 지도력이 흔들렸지만 정부 책무는 빠짐없이 하고 있다"며 "개각은 분명한 이유로 하는 것이고,정치적 이유로 장관이 자주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