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마이크론은 초정밀 포토에칭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브라운관 핵심 부품인 섀도마스크를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 83년 설립된 이후 20년 동안 단 한번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다. 무교섭 임단협 타결도 8년의 대기록을 보유중이다. 근로자 1천36명중 7백58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상태지만 노사 갈등이나 다툼은 찾아볼 수 없다. 구미 3공장 입구에 새겨진 정도경영(正道經營)이라는 문구에 나타나있듯 신뢰와 존중,가치창조적 노사관계 철학이 경이적 기록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LG마이크론은 이같은 가치창조적 노ㆍ경관계를 통해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운관 섀도마스크는 물론 포토마스크, 리드프레임,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 PDP후면판 등을 생산해 LG전자 삼성SDI 오리온전기 등 국내기업을 포함해 전세계 15개국, 35개 고객사에 생산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천6백35억원, 경상이익 4백20억원을 기록했다. LG마이크론은 반도체 핵심 부품인 리드프레임,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 벽걸이 TV의 주요 부품인 PDP 리어패널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어 2005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고성장은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합심해 이룩한 결과. 위기에 처할수록 빛을 발하는 특유의 응집력이 무분규, 고성장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환위기 당시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상여금이 몇 달씩 미뤄졌을 때의 일. 노조는 스스로 임금 5% 삭감을 결의하고 복리후생을 축소하며 회사측의 부담을 덜어줬다. 대신 사측은 인원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시 최고경영자는 사원 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임금이 깎이더라도 참고 극복해줄 것을 호소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원 부인들은 생산라인에 직접 뛰어들어 자원봉사를 펼치는 것으로 사측의 배려에 화답했다. 노조차원에서는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수율을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3교대 근무라는 사업특성상 주문이 밀릴 경우 전직원이 휴일 없이 근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이 회사는 노사합의 하에 16주 이상 연속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사측은 충분한 보상으로 사원들에게 보답함으로써 불만요소를 없앴다. 이 회사 생산직의 연봉은 평균 2천6백만원 수준. 비슷한 업종의 다른 업체에 비해 30%정도 높은 수준이다. LG마이크론의 사원과 경영진간 관계는 가족처럼 돈독한 것으로 정평나 있다. 조합원의 만족도나 조직문화지수를 수시로 조사해 부족한 부분을 즉각 개선한다는 '즉시 해결' 원칙의 결과다. 이를 위해 노사 회의체, 노동조합 집행부 및 노조간부 정기 간담회, 사원들과의 대화를 위한 도시락 미팅, 사내 게시판의 노동조합 마당 등도 수시로 운영하고 있다. 사내 동아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가족적인 노사분위기를 유지케 하는 비결이다. 현재 LG마이크론에는 등산 낚시 테니스 볼링 영화감상 인라인스케이팅 여행 등의 동아리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금마낚시회(창립 당시 금성 마이크로닉스에서 유래)'의 경우 매월 열리는 행사에 80여명이 넘는 회원 및 회사 구성원들이 참가할 정도다. 이 동아리는 행사후 주변 환경 정화활동을 병행해 지역민들로부터 '환경 지킴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사장을 비롯 경영진은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조영환 사장은 회사의 비전이 반영된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FIFA Day'를 착안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First Family & Factory'의 약자인 이 행사는 '가족과 같은 회사를 만들어 회사 구성원들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작년 2월부터 시행됐다. 점심 식사를 마친 사원들에게 3개의 흥미로운 게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특징. 특히 모든 게임에는 회사의 비전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돼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자연스레 회사의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업체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눈대중으로 감자 1Kg을 정확히 담아내는 게임을 통해 초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특성을 게임에 적용하기도 했다. 지난 설날에는 윷놀이 투호 등 전통놀이를 선보였다. 지난 4월부터는 '시네마 데이'라는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격식에 얽매인 간담회를 지양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회사 구성원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자는 의도에서다. 입사동기, 진급사원 등 행사 참가자들이 선택한 영화를 감상한 뒤 저녁식사때 폭넓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가족적 친밀감을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