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전문가의 꿈이 그토록 허망하게 사라지다니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지난 7일 남극 킹조지섬 인근에서 조난당해 숨진 것으로 8일 확인된 전재규(27)씨의 지도교수 박창업(57)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연구실의 지구본에서 제자전 씨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남극 부분을 어루만지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진 전문가를 꿈꾸며 오로지 연구에만 매달리다 이국 만리의 빙원에서 변을 당했다는 제자의 소식에 박 교수는 홀로 연구실을 지키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가 기억하는 전씨의 마지막 모습은 지난 10월 중순. 당시 전씨는 박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와 세종기지 연구원 자격으로 남극에서 1년간 연구 활동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기쁜 목소리로 전했다. 이공계 학부생들이 애써 들어온 대학에 자퇴서를 내고 의사와 한의사가 되겠다며 수능을 다시 치를 때 전씨는 오로지 '지진' 연구에 학창 생활 전부를 바쳤다. 박 교수는 전씨가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밤 늦게까지 각종 실험과 전공 서적에 파묻혀 지냈으며 성적도 매우 우수해서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면서 장차 한국 과학을 짊어질 젊은 과학도가 변을 당한 것을 매우 애석해 했다. 서울대 자연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지난 99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시작한 정씨는 지진 관련 회사에서 일해 번 돈을 학비에 보태기도 했다. 지구환경과학부 김효선 조교는 처음 뉴스를 접하고 "동명이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같은 건물에서 자주 마주치던 동료가 변을 당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씨의 연구실을 지키던 한 동료 학생은 비통한 어조로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애써 울음을 삼켰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