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8일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개인후원회(일명 부국팀) 부회장겸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 변호사(60)를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또 서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서 변호사 자택 등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정밀 분석 중이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서 변호사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께 2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차례에 걸쳐 직접 모금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긴급체포한 이유는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서 변호사가 2개 이상의 기업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백억원 이상의 돈을 불법 모금한 뒤 회계처리를 하지 않거나 후원금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고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검찰 관계자는 "서 변호사가 모금한 대선자금이 생각하기에 따라선 '상당한' 내지 '엄청난' 규모에 이른다"며 "과거 '세풍' 사건에 연루됐던 이석희씨나 이회성씨 등과 똑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 변호사를 상대로 수백억원대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경위 및 한나라당과 대선후보 사조직 등에 전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뒤 9일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또 대선 당시 부국팀 회장을 지낸 이정락 변호사와 부국팀 총괄책임자였던 이흥주 전 행정특보 등도 소환, 불법 자금 조성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서 변호사 등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전 총재의 소환 여부를 결론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그동안 한나라당 계좌추적 및 기업 관계자 소환조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수수한 대선자금 규모가 'SK 비자금' 1백억원을 포함해 최소 7백억∼8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불법 대선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 중이다. 이와 함께 '썬앤문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 검찰은 한나라당 S의원에게 썬앤문그룹의 비자금 2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기훈 넬슨제약 회장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홍씨가 지난 대선 당시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여ㆍ구속)의 운전기사로부터 돈세탁된 현금 2억원을 건네받아 이를 한나라당 S의원에게 전달한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하고 홍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홍씨는 그러나 1차 소환조사에 이어 이날 조사에서도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썬앤문 비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주중 소환 조사키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