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뛰는 인력이 많다보니 비행기 사고, 선박 사고 등 해외에서 커다란 사고가 터질 때마다 꼭 대우 직원이 하나 둘씩 끼여 있었다.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으레 TV앞에 몰려 마음 졸이며 사상자들의 명단에 귀를 기울였다가 결국은 눈물을 글썽거려야만 했다. 랑군 테러나 무르만스크 KAL기 비상착륙사고때도 대우 직원이 있었다. 죽음에 대해 회사가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지만 그들을 사지로 내몬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세계 1백여개국에 1천5백여종의 품목을 수출하다보니 온갖 일이 벌어졌다. 어떤 때는 업무처리 때문에 하루중일 결재에만 매달려야 하는 날도 있었다. 서류 더미에 묻혀 있던 어느날 결재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용단을 내렸다. "잘 되는 것은 해당 부서장이 결재를 하고 안 되는 것만 가져와!" 그러나 명령이 떨어지고나자 이상하게 골치 아픈 일들이 더 많이 쌓이는 것이었다. '도대체 문제가 뭐기에 이렇게 에러가 많이 나는 걸까.' 며칠동안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결국 원인은 내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거래하는 바이어들은 해당품목을 오랫동안 취급한 프로였는데 우리는 말그대로 '바늘에서 미사일까지' 이것저것 다루다보니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아마추어였던 것이다. 그래서 전담제를 마련했다. 품목별, 국가별로 전담직원을 배정하고 해당분야를 철저하게 연구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차츰 문제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